서른 살 이전엔 인생은 추억할 만한 영화처럼 느릿느릿, 선명하게 흘러갔다.
세상에 별 보탬도 안 되면서 세상을 두 어깨에 짊어지기라도 한 듯 인상을 쓰고 다니기도 했다. 실체가 이 할이면 환상은 팔 할쯤 되는 연애를 하다 그 환상에게 차여보기도 했다. 환상에게 얻어맞았다고 아픔이 덜한 건 아니었다. 

 봉인을 뜯고, 깊숙이 들어가고, 기어이 달콤한 맛 너머 쓴맛을 보고, 돌아 나오는 길을 잃어버려 헤매는 청춘. 그 무모함에 넌더리를 낸 적도 있으나 이젠 모두 아름답고 그리운 것이 되었다. 그것들마저 없었더라면 내 젊음이 얼마나 시시했을지 아찔한 걸 보면 난 오래전에 어른이 돼버린 것 같다. 어린 왕자가 한심해하던 '진부한 어른'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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