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롭다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에서 시작해서 "이를테면"을 거쳐서, "마치 그것은......"을 지나 "비교하자면....."즈음에 이르렀을 때에야 그는 겨우, '외롭다'는 말을 이해했다. 이해하자마자 그는 침대에 누웠고 이내 코를 곯았고, 나는 공책을 펼쳤고 '외로움'을 발화한 대가를 치른 간밤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 뒤로 그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내 입에서 나온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한 사람 때문에
'김소연-마음사전 책머리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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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면 척척 알아듣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군요.
그와 말한마디 나누려면 숨부터 막혀오고, 이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노력을 해도 대화로 이어지지도 못한, 수없는 경험을 했군요.
외롭다는 말을 삼키다 밥먹자는 말조차 하기 힘들어진 관계가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