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팡세 - 기독교를 위한 변증, 개정판 Echo Book 7
블레즈 파스칼 지음, 조병준 옮김 / 샘솟는기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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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은 생각에 존재한다"(37).
<파스칼의 팡세>를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그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 또는 '파스칼의 도박'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존재하거나 부재하거나 둘 중 하나이고, 두 명제 중 어느 쪽도 입증될 수 없다면 둘 중 하나는 택하는 것은 무한한 간격이 벌어지는 도박인데,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득일까라고 파스칼은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학 천재는 왜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쪽에 걸어야 득인지를 설명했습니다. (이후 많은 수학자들의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이 이야기가 <파스칼의 팡세> 233편에 나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원서에서 기독교 변증에 초점을 맞춰 342편을 가려뽑아 새 번역하고, 12가지 주제-죄, 인간, 은혜,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믿음, 그리스도교, 교회, 예언, 기적, 성경 사유-로 구분하여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7).

파스칼의 도박(파스칼의 내기) 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파스칼의 명언입니다. 파스칼은 기독교를 변증하는 '생각들'(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행복을 깨닫게 하시려고 생각하는 존재를 만드셨"(38)음을 일깨우며, 그러니 "생각을 잘하도록 갈망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수록된 기독교를 위한 변증은 반드시 생각해야만 하는 생각들을 담은 한 철학자의 번민이요, 사유요, 통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의 허무함을 모르는 자는 그 자신이 바로 허무다"(인간, 45).
 <파스칼의 팡세>를 읽으며, 내가 하나님 존재에 대한 믿음, 성경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 경위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파스칼의 팡세>는 그 시작이 인생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생각들이 저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행복이 육체에 있고, 불행은 육체의 정욕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자는 그 욕망을 채우다가 그렇게 죽기를 바란다(죄, 23).


인간은 서로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홀로 죽는다. 혼자 살아가야 하는데, 화려한 집을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주저하지 말고 진리를 찾아 나서라. 그렇지 않는다면 진리보다 평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죄, 29).


내가 저곳이 아닌 이곳, 그때가 아닌 지금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누가 나를 여기 데려다 놓았는가? 누구의 명령과 행위로 이 시공간이 나에게 주어졌는가?(인간, 46)


인간이 행복하다면, 유희에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인간, 47).


"그러나 소란, 권위, 소문을 믿음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당신은 마치 그것을 처음 듣는 것처럼 자신의 입장에 먼저 견주고 나서 믿어야 한다. 당신을 믿게 만드는 것은 내면의 동의이며, 거기서 들려오는 지속적인 이성의 목소리다. 믿음은 이토록 중요한 일이다. 어떠한 것은 백 가지 모순이 있더라도 진리가 된다"(믿음, 121).
이 책을 읽어보니, 천재 수학자 파스칼이 기독교를 변증하는 키워드에 '예언'이 있다는 것이 새삼 흥미로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비중 있게 증거하는 것은 예언"(166)인데, 약 1천6백 년의 기간 동안 예언자를 세우시고, 이후 4백 년간 유대인들과 함께 세상 곳곳에 예언을 전하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그렇게 준비되었다는 것에서 어째서 복음이 믿을 만한 이야기인지 증거하는 파스칼의 변증은 그가 수학자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예언된 구약의 수많은 예언이 '예수'라는 한 사람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천재 수학자였던 파스칼은 누구보다 더 절절하게 알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스칼의 팡세>는 견고한 논리를 가지고 진행되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변증을 위한 단장(短章)들을 모은 것이라 전체를 한 번에 읽어내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짧은 문장이 함축하고 있는 명제들을 오래 묵상해야 그 깊이를 '겨우' 알 수 있는 책입니다. 그가 했던 내기처럼, 읽어서 손해가 날 것보다 얻을 것이 더 크다면,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빠져나가는 시간 속에 잠깐을 투자해서 영원을 얻고, 영원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묵상해볼 만한 '생각들'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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