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목자 (완역판) - 참 목자상 세계기독교고전 19
리처드 백스터 지음, 고성대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탄할 노릇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늑대들이 지금까지 양을 지켜왔으니 말입니다!"(105)



이 책은 당연히 모든 목회자가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니 더 정확하게는 목회자들만 읽었으면 하는 책이지만, 특별히 '주의 종'으로 부름받은 것은 아닌지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성도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교회 안에 주의 종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앙적 열심이 좀 있다 싶으면 당연지사로 신학을 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그 직분의 영광스러움만 알았지,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세상의 실패로부터 도망치듯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목회자를 좋은 '직업'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참된 목자>는 목양의 본질과 사명을 일깨우는 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적인 신앙교육과 교리문답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 일을 위해 모든 목회자를 동역자로 초청하며 세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처드 백스터는 자신의 경험상 "10년간의 대중 설교보다는 30분간의 개인 면담을 통해서 더 많은 지식과 양심의 찔림을 줄 수 있"(33)었다고 고백하며, 설교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교리문답 교육과 상담을 하는 것이 모든 목회자들의 당연한 사명이요, 임무가 되어야 함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대중 설교에만 집중하지 말고, 성도들을 일대일로 만나 개인적으로 성실하게 가르치고 권면하라는 것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일대일 양육이나 제자훈련, 대심방과 같은 사역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목양에 있어서 양들을 "개별적으로 살피는" 것의 왜 그토록 절실한 문제인지 깊이 고민해볼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이밖의 '권징'의 필요성에 대해 강도 높은 주장을 펼치는데, 개인적인 교리문답 교육을 실시하는 것과 교회 안의 권징의 문제는 실천신학적 측면이나 목회철학적 측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습니다. (또 보기에 따라 하나님의 주권보다 인간의 열심과 책임을 더 강조하는 측면을 문제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보다 중요한 가치는 모든 목회자를 회개의 자리로 이끈다는 데 있습니다. 편집자는 이 책을 직접 이렇게 소개합니다. 본래 "이 책은 교리문답 교육과 개인적인 신앙 교육 사역을 함께 시작하기로 결의하며 서약한 우스터 지역의 목회자들이 통회의 날로 지정한 1655년 12월 4일을 위해 준비했으며, 그 목회자들의 동료이자 무익한 종인 키더민스터 교회의 교사인 리처드 백스터가 작성했다"(35). 그러나 이 책은 목회자들이 정한 "통희의 날"에 선포될 설교 원고가 그 기초였던 것입니다.

리처드 백스터는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목회가 아니라 세상일과 세상의 즐거움에 정신을 팔고 있으며, 형제들과 말다툼이나 하고 있고 목양과 연구에는 게으르며, 하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명성이나 이득을 위해 목회를 하고, '설교'는 하면서 말씀대로 살지 않는 목회자의 죄를 지적합니다. 리처드 백스터가 서슬 퍼렇게 겨냥하고 있는 죄의 본질은 "그들이 추구하고 섬기는 대상은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103)이라는 사실입니다. 

1655년의 상황과 오늘의 상황이 어쩌면 이렇게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똑같을 수가 있는지 경악할 뿐입니다. '교만'까지 똑닮았습니다. "세상은 우리 중에도 이런 사람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야망을 품고서 가장 높은 지위를 추구하며, 반드시 지배자가 되려고 하고, 어디를 가든 쥐어흔들려고 하며, 그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려고도 하지 않고 상대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입니다"(197). 더 서글픈 사실은 이 책에서 고발하는, 그리고 회개를 촉구하는 목회자들의 죄악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목회자 여러분, 이런 내용들이 슬픈 고백인 줄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우리 가운데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보다 더 서글픈 일입니다"(194).

리처드 백스터가 목회자의 죄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회개를 촉구하는 것은 "목회자의 죄악을 내버려두는 것은 교회가 해를 입고 위험에 처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같"기 때문이며, 목회자가 넘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 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백스터는 목회 사역을 제대로 감당하든지, 사례비를 받지 말든지 하라고 일갈합니다. 

"여러분은 자기를 위하여 또는 온 양 떼를 위하여 삼가라 성령이 그들 가운데 여러분을 감독자로 삼고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보살피게 하셨느니라"(행 20:28). 섬김의 모양이 어떠하든지, 섬김의 자리가 어디이든지 간에 하나님께 이 말씀을 받은 자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위한 열심과 목회의 기쁨(하나님을 섬기는)과 영혼을 위한 사랑을 다시 점검해봐야 합니다. 오늘의 목회 현실을 보면, 지금은 울어야 할 때입니다. 목회자를 위해 울어야 합니다. 목회자를 필두로 '통회의 날'은 다시 선포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손가락질보다 우리가 더 무서워 해야 할 것은 바로 하나님의 시선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더 이상 핑계치 못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이 책이 전하는 하나님의 경고가 매섭습니다. 


"주인의 뜻을 알고도 준비하지 아니하고 그 뜻대로 행하지 아니한 종은 많이 맞을 것이요"(눅 12: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