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7 안데르센 동화집 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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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다 (안데르센 동화집)



우리는 지금 동화가 현실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계단이 움직이고,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사람이 바둑을 두기도 합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시대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세상이 열린 것 같아 끔직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아름다운 내일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덮쳐오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하늘이 그림책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고도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답니다. 구름이 들려주는 온갖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지요. 아빠, 엄마가 들려준 동화를 하늘에 그려넣을 수도 있었고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유명한 이야기 아저씨가 있습니다. <엄지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를 지은 '안데르센'이라는 외국인 아저씨였습니다. 그분의 책을 읽으며 우리는 가슴 속에 엄청난 이야기의 궁전을 지었고, 지금도 그 아름다운 궁전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 어떨까요? 여기 안데르센 아저씨의 <꼬리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어릴 때 꼬리별을 보았던 어린이가 60여 년이 지난 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교장 선생님이 되어 다시 꼬리별을 본 이야기입니다. 꼬리별을 본 것이 꼭 엊그제 처럼 느껴지는 교장 선생님의 감상이, 어른이 되어 <안데르센 동화집>을 다시 읽은 제 감상과 꼭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꼬리별을 본 것이 꼭 엊그제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한 사람의 풍요로운 일생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지난날 교장 선생님은 어린아이였고, 비눗방울 속에서 '미래'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비눗방울은 과거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꼬리별, 112). 그렇습니다. 어릴 적, <안데르센 동화집>에서 미래를 보았다면, 이제 <안데르센 동화집>은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게 해줍니다. 


어릴 적,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는 반짝이며 황홀하게 떠지던 비눗방울 같았습니다. "비눗방울 하나하나는 얼마나 아름답게 빛났는지요! 그때 비눗방울 속에 비친 것은 온통 아름답고 즐거운 것뿐이었습니다. 어린 사절의 즐거움, 청춘의 기쁨, 햇빛 속에 펼쳐진 드넓은 세상. 사내아이를 그 넓은 세상으로 뛰어들고 싶었습니다(꼬리별, 110). 그런데 이제 우리는 비눗방울 속(안데르센 동화)에서 숨어 있는 삶의 교훈들을 읽어냅니다. "인생에는 환희의 순간도 있지만 견디기 힘든 비애와 고통의 순간도 있다"(작품해설 中에서, 393)는 것을 말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엄마 아빠가 읽어주신 동화 속에서 세상을 마주하고, 살아갈 지혜를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 지혜는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를 품고, 상상하는 동안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피어올랐을 것입니다. "인생의 이러한 진실은 어린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어린이들은 안데르센 동화에서 단지 이야기의 재미와 즐거움뿐 아니라, 고통과 슬픔을 맛보고 인간의 도리와 책임, 자신의 주변과 마음속에 존재하는 악의 근원도 깨닫는다. 그러나 어린이와 안드레센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참된 힘은 '이 생생한 고뇌와 의혹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있다. 바로 여기에 어린이와 어린이문학의 위대함이, 안데르센 문학의 진수가 있다. 그리고 어린이와 안데르센 문학을 관통하는 이 힘과 생명력이야말로 '인류의 멸망을 막고, 인류를 이끄는 이상의 빛'이며 희망일 것이다"(작품해설 中에서, 394).


이제 나의 아이에게 안데르센 동화를 들려줘야 할 나이에 아저씨의 책을 다시 읽으니,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 속에 품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지혜를 얻고, 더 힘차게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더 많은 행복을 가꾸어간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비밀처럼 말입니다. 


안데르센 아저씨도 "자신을 '어린이 작가'로만 한정 짓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동상을 세우는 데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강하게 반대했고, 세계 도시 곳곳에 안데르센 아저씨의 동상이 있는데 아무도 그옆에 아이들의 동상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안데르센 동화집을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만 한정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집7>은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안데르센 아저씨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작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도 만날 수 있고, "안데르센 후기 동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는 <치통 아줌마>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저씨의 잘 알려진 유명 작품들보다 더 드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없지만, 우리가 몰랐던 아저씨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곳에 수록된 작품은 아이들보다 어른에게 더 재미를 주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집>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잠시 딴 이야기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한때 출판사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한 독자가 출판사로 항의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를 <미운 새끼 오리>로 출판했기 때문입니다. 원제목을 훼손했다고 항의하는 독자에게 출판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라는 책 제목이 자칫 '욕설'처럼 들릴 수도 있어 제목만 <미운 새끼 오리>로 변형을 했다고 말입니다. 유명한 작품의 제목을 훼손했다는 주장과 원작에 대한 훼손은 전혀 없으나 어감상 제목만 수정했다는 출판사의 입장, 둘 다 일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다른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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