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벽수 씨, 목사에게 묻다 -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소중한 질문들
이규현.나벽수 지음 / 두란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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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로교회 담임목사의 자화자찬 인터뷰??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무례한 서평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책의 앞날개를 보면, 수영로교회의 담임목사인 이규현 목사님을 "저자"로 소개하며, "이 책은 나벽수라는 가상의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밝힙니다. 한국교회에 실망한 나벽수 씨가 "도전자"로 나서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챔피언"(목회자)에게 한국교회의 문제는 무엇이며, 해법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또 결론은 무엇인지를 따져묻는 까칠한(!) 인터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벽수 씨가 던지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소중한 질문들"은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 소중한 질문들에 어떤 해법을 내놓았을지 기대가 컸습니다. 까칠한 나벽수 기자의 날카롭고도 단호한 질문들 속에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한국교회의 문제들을 확연하게 파악하기 원했습니다. 질문 자체가 곧 이 책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화두요, 메시지의 핵심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아낸(질문이 확연하게 보이지 않으므로) 나벽수 기자의 질문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아마도 질문이 확연하게 드러나보이지 않는 것은 한 줄 질문이 품고 있는 앞뒤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1. 많이 바쁘시죠?(47)

2. 부르심에 부응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말고 더 보태야 할 게 있단 말씀인데 도대체 뭘 어떡하란 뜻인가요?(58)

3. 목회 인생 전체를 통틀어 무얼 가장 큰 위기로 꼽으세요?(73)

4. 3만 명이나 되는 식구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돌보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 메머드급 공동체를 탈 없이 이끄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만, 덩치가 이렇게 커서야 양들을 알아보기나 하시겠습니까? 이걸 목회자고 할 수 있을까요?"(91)

5. 목사님은 목회의 모델이 될 만한 성경 인물로 누굴 꼽으세요?(104)

6. 왜들 그렇게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거죠? 목회자용 성경에는 '프로그램이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든지 '코스나 과정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느니라'고 적혀 있기라도 한 건가요?(124)

7. 메시지가 여전히 무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세요?(167)

8. 이렇게 이른 새벽에 꼬마들이 예배당을 찾는다는 것도, 언제고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철부지들을 제일 앞자리에 앉힌다는 것도, 설교자가 쉴 새 없이 아이들과 교감한다는 것도 다 신기하다. 웬만한 교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기 때문이다. 왜?(206)


이 질문 안에는 목회의 본질(예배와 말씀)보다 프로그램에 더 목을 매고, 숫적 성장에 집중하며, 그러느라 행복해야 할 목회현장은 피로현장이 되고 있고. 자신의 이름을 내는데 더 큰 비전을 두고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실상이 여지 없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건강한 교회와 목회자의 모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모델로 삼을만한 교회가 있고, 모델로 삼을 만한 목회자가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이 책이 그런 건강한 교회와 목회자의 모델을 작정하고 보여주는 책으로 나왔다면 오히려 읽기가 편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읽으며 낯뜨거웠던 독자는 저뿐일까요? 잘못하면 이 책은 (형식을 달리한, 독특한 형식의) 이규현 목사님의 자화자찬 자서전으로 읽힐 위험이 있습니다.



"목회란 인간이 몸부림쳐서 어찌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라고 믿는 듯해요. 그렇다고 아예 결정론으로 흐르는 건 아니고 거룩한 섭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스타일에 가깝죠"(열혈샌님이란 별명으로 등장하는 이규현 목사님를 지켜본 1번 부목사님의 인터뷰, 72).


그렇다면 열혈샌님은 목회라는 줄타기의 새로운 경지를 연 셈이다(86).


열혈샌님과 함께한 세월이 제법 길어서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몸에 밴 것 같다(138).


결국 열혈샌님은 심야와 새벽 강단을 연중무휴로 지켜 내면서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는 목회 원리들을 온몸으로 시위하고 있는 셈이다(141).


생김만 샌님이지 속내는 배짱 두둑한 승부사다. 동원도, 관리도, 프로그램도, 야심의 끈을 다 놓아 버리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161).


<까칠한 벽수 씨, 목사에게 묻다>는 글을 잘 쓰시는 분의 작품입니다. 문장들이 화려하고 유려하고 재밌습니다. 이 책에서 만난 목회자로서 이규현 목사님과 수영로교회는 한국교회로 모델로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교회를 한 번 탐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의 정체성, 목양의 본질과 원리, 위기를 대하는 자세, 지도자가 붙잡아야 할 가치, 메시지를 들고 회중을 마주하는 과정,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 등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질문과 답을 통해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자" 하기에 이 책은 너무 한 교회와 한 개인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아래와 같은 '열혈샌님'의 목회철학과도 이율배반적입니다. 모델이 되는 교회, 모델로 삼을 만한 목회자를 찾아내고 배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까칠한 벽수 씨와의 대담형식으로 풀어내지 않았다면 더 좋을 뻔 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치열한 담론이었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링에 올라 한국교회의 문제를 놓고 진짜 씨름을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미리 합을 맞춘 시나리오(!)를 연기한 느낌입니다.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만 존재했잖아요. 분명하게 하나님의 음성을 대변하는 소리가 되는 걸로 존재의 의미를 삼았어요. 자신을 과시하거나 드러내는 일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요. 본래 광야는 사람이 꼬이는 장소가 아니지만 그를 통해 전해지는 거룩한 음성을 들으러 군중이 몰려 나왔어요. 세례 요한은 그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했어요.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요즘 말로 하자면 '나는 들리러다!'라고 외친 거죠. 이만하면 우리 시대 목회자가 좇아야 할 영성 샘플로는 기가 막히지 않나요?"(1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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