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의 선데이 - 테겔 감옥에서 쓴 자전적 소설 Echo Book 4
디이트리히 본회퍼 지음, 조병준 옮김 / 샘솟는기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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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와는 이것이 끝이지만, 나에게는 이제부터가 생명의 시작일세"(213).


독일 거주 유태인들에 대한 핍박을 목격한 본회퍼는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목사로서 나치정권에 저항하며 히틀러 암살을 시도하다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교수형에 처해지는 순간에 간수에게 남겼다는 마지막 말과 같이, 그는 나치정권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세속적인 삶 한가운데에서 목숨을 걸고라도 믿음의 삶을 살아내려 했던 그는 믿음대로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우는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바로 "행동하는 신앙(믿음)"입니다. 그가 우리 앞에 던져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뜨거운 도전은 역사가 계속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본회퍼의 선데이>는 테겔 감옥에서 쓴 "본회퍼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로서 가족 이야기"(208)라고 소개합니다. 그가 소설도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본회퍼는 다양한 장르이 글쓰기를 시도하게 되는데, 그것은 교도관의 검열을 피해 자신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207)고 합니다. 어느 주일, 독일의 두 가정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가족과 에피소드들은 실제 그의 가족과 약혼자의 가족, 그리고 그가 직접 경험한 사건들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감옥에서 쓴 본회퍼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니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문학작품으로 읽어야 할지, 소설이라는 껍질을 쓴 설교(?)로 읽어야 할지 말입니다. 두 가지로 다 읽을 수 있겠지만, 소설 속에서 자꾸만 비판적 메시지(설교)를 찾아내려고 하다보니 문학작품을 읽는 재미는 덜해지더라고요. 작품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책 읽기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회퍼의 선데이> 안에 녹아있는 비판적인 시각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독일 중산층 가족을 중심으로 당시 독일 교회와 독일 사회를 잠식해가는 문제가 무엇인지 폭로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때의 독일 교회나 지금의 대한민국 교회나 어쩌면 교회가 이 땅에 세워진 이래로 지금까지 교회는 항상 위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에 더 치명적인 독은 핍박이 아니라, 안일함과 나태함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말입니다. 매주일 교회에 가지만 "이미 오래 전에 목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한 브레이크 여사, "현대인이 주일이 누리고 싶은 것은 침묵 속의 망각이거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기분 전환, 즉 평안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말하는 손자, 올바른 말씀인가보다 새로운 말씀인가에 더 관심이 많은 교인들, "공허한 구절과 허접하고 진부한 설교"로 가득한 교회! 당시 독일 교회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묘사해놓은 듯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감성적으로 잘못 전하고 있는 설교는 살아남을 힘이 없어요. 저는 생생하게 살아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있지, 죽은 신앙이나 과거에 대해서는 관심없어요"(19).

 

본회퍼는 솔직한 불신앙보다 참 기독교와 그것을 감성적으로 잘못 표현하는 것을 혼동하는 신앙적 위선이 더 위험하다고 단언합니다. 여전히 "야망이라는 독소와 쾌락의 욕망"에 감염된 채 살아가고, 불의와 무질서 속에 남용되는 권력에 저항하기보다 보잘 것 없는 한 조각 작은 권력이라도 쥐어보겠다고 다툼을 멈추지 않는 우리가 어떻게 예수 제자라고 자처할 수 있는지 본회퍼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물어오는 듯합니다. 더불어 <본회퍼의 선데이>는 우리가 경계하고 저항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노하고 행동하라는 외침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통해 본회퍼가 당시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져주었던 과제는 오늘 우리 시대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소설적인 재미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놀라운 은혜를 받았으나 현실의 풍요와 만족에 취해 복음에서 멀어져버린 한국 교회가 다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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