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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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비틀고, 세상을 비틀고, 나를 비틀다!



책 제목부터 뭔가 암호스럽습니다. 부제가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이라고 하는데, 일단 '존버'의 뜻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존버'는 "더러븐 세상 존*게 버티자"의 줄임말이랍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더러운 세상을 열심히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 지혜서입니다. <뚝,>은 매우 권위있고, 신비로운 언어입니다. 막무가내로 떼쓰며 엉엉울던 아이도 엄마의 "뚝,"이라는 엄한 한마디면 언제 울었냐 싶게 눈물을 그치곤 하니까요. 한마디로 세상 더럽다고 징징대지 말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주인공에게 선배가 주었던 따끔한 조언이 떠오릅니다. "솔직히 자기가 무슨 노력을 했어? 징징대기만 하잖아!" 같은 맥락 아닐까요.

 

  


<뚝,>은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인 문인 하창수 선생님이 묻고, 이 시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 중 한 분인 이외수 선생님이 답을 한 대담집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가 그 첫 번째 대담집이고, 이 책은 두 번째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창(질문)과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는 방패(대답)가 불꽃을 튀깁니다. 날카로운 질문에 덩달아 심각해지다가도 어떤 질문도 능청스럽게 다 받아내는 이외수 선생님의 내공에 활들짝 놀라곤 했습니다. 질문이나 답변이나 워낙 기발해서 어떤 것들은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농담 속에 뼈가 있다는 말처럼 가벼운 듯 싱거운 듯 툭툭 던지는 대화 속에 놀라운 성찰로 얻어진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으로 생각의 허를 찌른 답변 중에,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었습니다. 


질문 )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항상 갈등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답변 ) 짜장면은 짜장면대로 고유의 맛이 있고, 짬뽕은 짬뽕대로 고유의 맛이 있어요. 둘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건 번갈아 가면서 먹으려 하지 않고 한꺼번에 먹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버려야 해요. 둘을 놓고 더 맛있는 건, 더 나은 걸 택하려는 자신을 바꿔야지 짜장면이나 짬뽕을 바꿀 생각을 하면 안 되죠. 뚝! (82-83).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은 생각 비틀기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보이는 대로, 보이는 것만 믿고 살면 세상은 힘 센 놈이 다 해먹는 더럽고 서러운 곳일지 모르지만, 비틀어 생각하면 하찮게 대우받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일 수 있고, 약하다고 괄시받는 것이 사실은 가장 강한 힘일 수도 있다는 것에 눈 뜨게 될지도 모릅니다. <뚝,>을 읽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가, 참 지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요. 이 책은 그렇게 비틀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남들 하는 대로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고, 이 책의 통해 세상을 한 번 비틀어보면 바로 눈앞에 있어도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질문 ) 성공해서 부자가 된 친구 앞에 서면 평범하게 살아온 나는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잘못 살아온 것일까요?


답변 ) 인간은 돈이 없을 때보다 사람이 없을 때 한결 초라해집니다. 그러나 돈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 경우는 돈이 떠나면 사람도 떠납니다. 비록 돈은 없지만 곁에 머물러줄 사람이 많다면 그가 바로 진정한 부자입니다. 사람 부자가 되십시오. 뚝! (98-99).




이 책이 한창 책으로 만들어질 즈음, 이외수 선생님은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더러운 세상 존*게 버티자고 외쳤던 이외수 선생님에게 이 세상은 좀 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징징대는 울음을 "뚝," 그치고 인생의 꽃을 피우자는 선생님의 조언이 더 절절히 가슴을 파고드는 건, 그 자신이 혹서와 혹한을 잘 견뎌낸 분이며, 지금도 씩씩하게 고난을 정면으로 돌파해가고 계신 분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우리의 인생을 열심히 응원하듯이, 저도 이외수 선생님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들려주신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선생님도 아직 우리에게 들여줘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걸 꼭 기억하시고, 이전보다 더 멋진 님이 되어주시기를, 뚝!


"진흙을 헤치고 연꽃이 피듯, 어둠을 걷고 새벽이 오듯 행복도 그렇게 옵니다. 봄꽃, 가을꽃의 표정을 보십시오. 봄에 피는 꽃들에는 햇볕을 간절히 그리워한 표정이 나타나 있고, 가을에 피는 꽃들에는 서늘한 바람을 그리워한 표정이 나타나 있습니다. 인생의 꽃을 피우려면 혹서와 혹한을 잘 견뎌내야 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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