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김성환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무의식을 해부하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많이 듣고, 읽고, 배웠는데, 정작 프로이트의 저작을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이자 대가의 책을 읽는다는 한 가지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설명이나 초판 판권이 없어 이 책의 원제를 확인하지 못하는 건 아쉬웠습니다. 프로이트가 이 책의 제목을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라고 지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이 책은 프로이트의 논문처럼 읽히는 책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과 그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 사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그가 꾼 꿈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의 생애와 작품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었는지를 분석합니다. 달리 말해, 레오나르도라는 거장의 생애와 작품을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어린 시절 초기 중요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먼저 레오나르도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정리하는데, 레오나르도는 활동 초반에는 쾌활하고 유쾌한 성격이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충동적 기절과 불안정성이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29, 35). 특히 수동적 성향과 무관심이 매우 두드러지게 발견되는데, 작품과의 고퉁스러운 투쟁, 작품으로부터의 도피, 그리고 그 작품의 운명에 대한 무관심 등이 레오나르도의 경우처럼 두드러지게 나타난 예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32). 창작욕을 억제하려는 성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억제"의 징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35). 또 성욕을 가볍게 무시하는 성향도 보이는데,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가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미켈란젤로나 비토리아 콜론나처럼 여성과 깊은 정신적 교감을 나눠본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40)고 합니다.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의 어린 시절에 주목하여 괴벽, 동성애 기질,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 여성적 수동성, 강박 성향, 불안한 기질 등 레오나르도의 심리 기제를 분석해냈습니다.

 

 

 

 

 

 

"나는 독수리에 완전히 매혹당하도록 오래전부터 운명 지어진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에 독수리의 방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요람에 누워 있을 때, 독수리 한 마리가 내 옆에 내려앉더니, 꼬리로 내 입을 열고는 그 꼬리로 내 입술을 몇 차례 두드렸다"(59-60).

 

 

 

프로이트는 모나리자의 미소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레오나르도의 그림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그가 모든 여인들의 입술 주변에 그려 넣은 그 매혹적이고 당황스러운 미소부터 떠올리게 될 것이다"(102). 모나리자의 미소가 비평가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이 아름다운 피린체 숙녀가 나타내는 형상의 유희 속에 여성들만의 모순된 애정 생활이 극명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발견"(105)했기 때문입니다. 그 상방된 두 요소는, "수줍음과 요염함, 다정다감함과 격렬한 관능성"입니다.

 

프로이트는 이 미소 속에 감추어진 프로이트의 무의식 세계를 들여다 보기 위해 그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는데, 그가 주목한 것은 레오나르도의 유아기 기억 속에 숨어 있는 "독수리 환상"입니다.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의 어린 시절 환상에 등장하는 독수리는 실제로 경험한 기억 내용에 바탕을 둔 것"(75)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 장의 그림에 레오나르도의 어린 시절 역사 전체가 응촉된 채 담겨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위에 사진) "루브르의 성 안나"라는 작품을 보면, 성 안나 - 마리아 - 아기 예수가 등장합니다. 이것은 할머니 - 어머니 - 아기(레오나르도 자신)로 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가(프로이트)는 이 작품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레오나르도는 사실상 아기에게 두 명의 어머니, 즉 아이를 향해 팔을 뻗는 여인과 뒤에 물러서서 바라보는 또 다른 여인을 준 셈인데, 이 두 여인 모두는 어머니 특유의 행복감에 젖은 채로 축복의 미소를 머금고 있다"(115). 실제로 레오나르도에게는 두 명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어머니는 친모였던 카테리나인데 세 살에서 다섯 살 사이에 헤어졌고, 이어서 계모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그녀도 레오나르도를 자상하게 대해주었다고 합니다(116).

 

 

"우연히 처했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레오나르도의 인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사생아였기 때문에 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을 수 없었고, 그 대신 아들만 바라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유혹에 전적으로 내맡겨졌다. 어머니에게 입맞춤을 받으며 성적으로 조숙하게 된 레오나르도는 유년기 성행위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는 오직 한 가지 현상, 즉 그의 유년기 성적 탐구가 매우 강렬했다는 점을 통해서만 입증되는 사실이다"(150).

 

프로이트는 사생아로 태어난 레오나르도의 운명과 어머니에게서 받은 과도한 사랑이 그의 성격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합니다. 이 요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년기가 끝날 무렵 성욕을 억압하게 만들었고, 그 성 충동을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승화시키게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평생 성에 무관심한 상태로 살아가도록 만들었다"(158)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년기에 접어든 레오나르도가 어머니의 입가에서 본 것과 같은 그 황홀하고 축복에 찬 미소와 다시 마주쳤을 때, (그는 여인의 입술을 대상으로 그런 부드러움을 다시는 욕망하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을 이미 오래도록 억눌러온 상태였기에) 그 미소를 붓으로 재현하고자 시도했고 자신의 모든 그림에 그 미소를 그려 넣었다"(119)는 것이 프로이트의 분석입니다.

 

 

"위대한 레오나르도였지만 사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생을 어린아이로 살았다"(140).

 

이것이 하나의 논문이라면 프로이트가 궁극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테제는 '어린 시절 초기의 중요성'일 것입니다. "프로이드"라는 대가의 책을 비평할 만한 지식이 저게는 없음으로 비평은 생략하겠지만,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 내지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책이 프로이트의 저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정신분석학적 관심이 아니라, 미술 전공자들에게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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