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리얼 푸드 - 갓 구운 베이글처럼 고소한, 노릇한 오믈렛처럼 부드러운
박혜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뉴욕의 진짜 맛있는 이야기"

 

여행 경비를 줄어야 할 때, 미련 없이 삭감하게 되는 항목 중 하나가 저에게는 바로 밥값입니다. "여행" 하면 곧 "보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연결되는 제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하든 한 곳이라도 더 많이 보고 싶은 욕심이 언제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호기심을 이깁니다. 맛집만 골라 다니는 맛집 여행도 있고, 여행지의 먹거리도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이지만, 어쨌든 저에게는 "여행 경비가 넉넉할 때"라는 단서가 붙어야 가능한 즐거움입니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의 낯선 음식에 대한 모험심도 부족하여, 믿을 만한 음식(?)이 아니면 여행지의 낯선 먹거리에 대한 도전의식도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뉴욕 리얼 푸드>라는 여행책에 마음이 끌린 것은 그곳이 뉴욕이기 때문이며, "언젠가(!) 꼭 한 번은 가보고 말테야"를 외치고 있는 그곳에 정말 발을 디디게 되었을 때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뉴욕 리얼 푸드>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카페가 내 입맛에 조금도 맞지 않은 곳이라면, 말도 안 되게 비싼 데다 양도 적어 간에 기별도 안 간다면,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면, 더 최악의 경우 힘들어 죽겠는데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면?"(23) 저자의 표현대로 "그 순간 뉴욕 여행은 짜증 범벅"이 되고 말겠죠!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뉴욕 여행에서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식탁만 소개하기로" 했고, 이런 기획 의도로 출간된 책이 바로 <뉴욕 리얼 푸드>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움으로 배부를 수 있는 진짜 뉴요커들의 식탁"

 

<뉴욕 리얼 푸드>는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먹어보고 쓴 뉴욕 푸드 체험기 같은 책입니다. "충분히 배부르고도 즐거울 수 있는 카페들에 주목하며", "너무 비싼, 그래서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는 레스토랑보다 부담 없는 식탁"이 기준입니다. 책을 보고 있으면 뉴욕의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가보고, 뉴욕의 먹거리란 먹거리는 죄다 먹어본 듯 그야말로 샅샅이 훑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일 년에 한 번, 한 나라에서 한 달 동안 홀로 살기"라는 자기와의 약속을 당차게 지키고 있는 그 기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녀의 글에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설레임과 행복감이 한가득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그 두근거림에 절로 전염이 되는 기분입니다. 책 제목이 <뉴욕 리얼 푸드>이지만 먹거리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뉴욕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 뉴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식사 에티켓은 물론, 뉴욕만의 매력을 퐁퐁 풍기는 뉴욕 풍경 스케치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으로 뉴욕 풍경을 간단하게 리서치하며 여행 일정에 따라 꼭 가보고 싶은 카페(또는 레스토랑)를 미리 정해두어도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여행을 떠나보면 맛집 찾아서 들어가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데충 끼니를 떼울 생각이 아니라면, 천금 같은 경비와 시간도 아끼면서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을 누릴 수 있는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국가 간의 경계도 희미해지는 글로벌 시대를 살다 보니, 뉴욕의 먹거리라고 해서 꼭 뉴욕에 가야만 먹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에도 세계화 바람이 거세고, 덕분에 뉴욕의 먹거리가 우리나라에 상륙해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도 많습니다. 게다가 입맛의 서구화 덕분에 재료도 조리법도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많아 거부감이 드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 저에게는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도 꼭 뉴욕에 가서 꼭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있습니다. 뉴욕 풍경을 배경으로 해서 말이죠. 저와 같이 게으른 독자에게는 '주제별' 맛집이 아니라, 지역별로 맛집을 소개해주었다면 여행 동선에 따라 카페와 메뉴를 미리 점찍어 두기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르기 전에, 그래서 이 책의 정보가 낡은 것이 되기 전에 뉴욕의 한 카페에 앉아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을 펼쳐놓고 메뉴를 고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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