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지배한 여인들 - 천하는 황제가 다스리고, 황제는 여인이 지배한다
시앙쓰 지음, 강성애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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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의 은밀한 성 이야기는 권력의 속성은 물론이거니와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인간의 내면적 본성이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6-7).

 

 

인간은 제 입으로 자기들의 세상이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한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이 세상의 통치자는 힘 있는 사람이었고, 힘 있는 자들은 천하통일이라는 제국의 꿈을 가지고 역사를 이끌어나갔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역사를 '제국'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 '황제'가 있었고, 그 황제의 권력은 신과 같은 권능의 자리였다고. 그런데 천하를 호령하는 그 황제를 '지배한' 숨은 존재가 있었다. 권력의 절대자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인물은 누구일까? 그 존재는 너무나 역설적이게도 힘이 없는 여인이었다.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은 그 역설의 속살을 노출시키는 책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 여인이 있고, 권력을 가지면 여인을 품고 싶은 것이 권력자들의 인지상정이라 했는가. 황제가 사는 궁궐 속의 '힘 없는' 여인들은 "모두 황제의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황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 그 품에 품을 수 있었다. "누구든" 품을 수 있다는 사실과, 권력자가 가지는 당연한 "정욕", 그리하여 권력자에게 수많은 여인의 성은 짓밟히고 짓이겨지는 희롱의 대상, 소비의 대상, 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누구든"이라는 절대 권력을 기회로 삼고, "정욕"이라는 덫을 역으로 이용한 새로운 권력자가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밤의 중국사'를 지배한 여인들이었다.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은 황제의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 여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성을 도구화하고, 권력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섹슈얼리티(sexuality) 보고서라 할 만하다. 힘 없는 여인들이 자신의 성을 도구화하고, 권력화할 수 있었던 것은 '대 잇기', 다시 말해 국가의 안정과 권력의 안정화를 위해 종족 번식이라는 역사적 사명이 황제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치국평천하"의 전제 조건은 "수신제가"였으며, 가족을 떠받드는 요체는 요인데, "효의 시작은 바로 대 잇기를 통한 자손 번창"이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종교의 뿌리라는 풍요와 다산, 그리고 그것을 기원하는 쾌락(의식)이 또 다른 방식으로 권력의 핵심부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황태자들은 "사춘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황궁의 은밀한 장소에서 개인교습(성교육)"을 따로 받았으며, "중국황실에는 성교를 통해 쾌락을 극대화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설처럼 풀어놓은 방중서"들이 많았음을 주목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은 '은밀하게' 이루어진 역사의 검은 보따리를 풀어젖힌다. 그것을 저자는 "중국황실의 치명적이면서도 잔혹한 쾌락 혹은 암투의 역사"라 한다. 혹시 여성 독자들 중에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이라고 해서 은밀하고도 통쾌한 승리감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감을 거두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오로지 '간택'을 위해 '몸'부림치며, 권력을 거머쥐는 것말고는 달리 어떤 목표도 없는 '무뇌아'로 보인다. 사랑으로 치장된 부분도 있지만, 참 거시기하다.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은 '밤의 역사를 지배한 여인'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다시 성 상품화하고 있다. 그래서 불쾌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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