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 - 1914년부터 오늘날까지
던컨 힐 지음, 박수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의 나라에 살면서도 전쟁의 위협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고 있으니 문제라고 해야 할지, 감사할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설마, 이 땅에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 안에서 아직까지 전쟁은 항상 '남의 일'이다. 역사의 시작과 함께 인간사에는 크고 작은 전쟁이 항상 있어왔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의 소문이 들려오고, 평균적으로 4-5년마다 한 번씩 전쟁이 있어왔다는 한반도 땅에,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를 넘어서도록 아직 전쟁이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다. 이 평화가 지속되기를 기도한다. 전쟁은 놀이로만, 가상의 공간에서 즐기는 게임으로만 남아주기를.

이 땅에 평화를 지켜가는 첫 번째 작업은 무엇일까? 그것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일이 아닐까 한다. 전쟁의 역사를 알아야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의 참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후세에 교훈을 남기는 시대의 사명이리라. 그런 역사적 사명을 띠고, 모두가 피하는 전쟁터에 뛰어들어 전쟁을 기록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종군기자들이다. 런던 타임스의 러셀로가 세계 최초의 종군기자라고 하는데, 크림 전쟁의 참상을 전한 그의 보도는 나이팅게일이라는 인물을 역사 위로 이끌어냈고, 나아가 적십자가 설립되는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던컨 힐이 엮은 <20세기 전쟁사>는 "사진으로 기록된" 전쟁사이다. 종군기자들이 남긴 사진을 모은 듯한 화보집인데, 이 자체로 하나의 가치 있는 사료가 되고 있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1914년부터 오늘날까지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났던 모든 전쟁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이 주는 생생함이 전쟁의 참상과 현장의 긴장감을 입체적으로 전달해준다. 말이나 글로 접하는 기록보다 극적이다. 카메라 앞에 '순간' 미소를 지어보이는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은 전쟁의 참상과 대조를 이루며 더 극적인 비애감에 젖게 만든다. '목차'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사진으로 기록된 큰(!) 전쟁만 65건에 달하며, 몇 년씩 계속되었고 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기간은 지난 100년 동안 지구촌은 말그대로 전쟁터였음을 소리 없이 말해준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사진과 함께 '데일리메일'에 보도된 전쟁 기사를 함께 스크랩했다. 데일리메일은 전쟁 발발 배경, 추이, 결과를 보도함과 아울러, 전쟁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기사 중에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전쟁이 여성의 역할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보여주는 부분이 눈에 띤다. "제1차 세계대전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전쟁 발발 전에는 유급 여성 노동자가 드물었고, 대부분 가사에 종사했다. 그러다가 남자들이 군복무에 얽매인 상황이 도래하자 모든 경제 부문에 걸친 노동력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성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35). 전쟁은 여성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낸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마치 퓰리쳐상 사진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는데, 실제로 퓰리쳐상을 받은 작품도 보인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고, 사진과 사진 설명이 바로 연결되지 않는 편집방식이 조금 아쉽지만, 소장 욕구를 무한히 자극하는 책이다. 시원한 판형도 마음에 든다.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무고한 목숨이 안타깝게 스러져가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극한 잔혹성을 끌어내는 전쟁은 전쟁 자체로 인간을 인간이지 못하게 하지만, 인간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를 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잔인하게 죽고 죽여야만 했을까를 생각해본다. 무력으로 싸우는 전쟁터는 아닐지라도, 전쟁터만큼이나 살벌한 경쟁 사회를 살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루며 산다. 그 소리 없는 전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해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오늘도 우리가 정신 없이 휘말려 들고 있는 '싸움'에 대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우리는 그토록 잔인하게 싸우고 있는가를 각성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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