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제왕 역사가 기억하는 시리즈
통지아위 지음, 정우석 옮김 / 꾸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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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권좌에 오른 역사의 승자들!

 
'호사유피 인사유명.'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세계 100대 '제왕'을 살피는 일은 그야말로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돋을새김해 놓은 '역사의 승자'들을 만나는 작업이다. 요즘은 소위 '승자의 역사'를 비판하며 역사를 재해석하는 작업이 유행처럼 이루어지고 있지만,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제왕>은 역사의 재해석도, 숨겨진 역사의 발굴도 아닌 역사의 정석을 탐구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동서양 구분 없이 인류의 역사를 '세계 100대 제왕'이라는 한 줄 실에 꿰어 '제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을 중심으로 '알려진' 역사를 탐구한다.

그동안 중국의 것을 번역한 몇몇 책들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전체를 훑듯이 통찰하는 학문의 방법을 좋아하는 듯하다. 이것을 (마음대로) '대륙적 기질'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면,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제왕> 역시 그러한 중국인의 기질이 그대로 보여지는 책이다. '세계 100대 제왕'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거침 없이(!)", 정말 "거침 없이(!)" 인류의 역사를 훑어 내려가고 있다. 중국의 역사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자국 편향적인 태도로 그대로 나타난다.

'세계 100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런 류의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은 '선정 기준'과 '객관성'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이런 책은 '목차'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제왕>은 선정 기준과 객관성을 쉽게 감지할 수 없는 '불친절한 목차'를 가지고 있다. (책의 날개를 참조한 바에 의하면) "갠지스 강의 모래처럼 많은 역사적 인물 가운데서 역사의 발전에서 위대한 발걸음 소리를 남긴 인류 문명사상 불후의 영웅들 100명"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많은 독자가 몇몇 인물들과 마주할 때는 "글쎄"라며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이 책은 '통지아위'라는 인물의 '편저'라는 것만 밝히고 있을 뿐, 편저자에 대한 정보도 없고, 편저이면서도 참고한 문헌의 각주나 목록도 없다.

백과사전처럼 활용하기는 체계적인 구성과 정보가 약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기에는 저자가 선정한 '세계 100대 제왕'을 통찰하는 역사의식이 없고, 이야기로 읽기에는 역사적 서사가 부족하고 산만하다. 다만, 우리(?)는 '암기 과목'으로 배웠던 역사를 나름 이야기로 풀었다는 점, 풍부한 그림 자료를 함께 수록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 제왕이라는 흥미로운 주제 아래 동서양과 문명을 거침 없이 넘나들며 인류의 역사를 수직으로 호방하게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삼아 상식의 지평을 넓히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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