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퍼즐 스페셜 - IQ 148을 위한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데스 맥헤일.폴 슬로언 지음, 권태은 옮김, 조형석 그림 / 보누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상상력을 자극하라!

 
일본의 유명 추리 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의 책 <명탐정의 규칙>에서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의 심리를 이렇게 분석했다. "추리 따윈 하지 않아. 주인공이 추리해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지. 그래서 지치지 않는 거야. 마지막 단계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이해하고 만족하는 거야."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다뤄지는 추리극은 '숨은 트릭'을 찾아내는 두뇌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처럼, 짐작으로 대충 때려맞추거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정도이지 실제로 작가(또는 범죄자)와 두뇌 게임을 펼치는 독자(시청자나 관객)이 얼마나 될까 싶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설득력 있는' 설정에 감탄하고,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즐기는 것이리라. 내가 예측한 대로 '숨은 트릭'이 풀리게 된다면, 트릭이 너무 쉽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시시하게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추리극은 트릭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결말을 예측하며 반전을 즐기는 묘미가 있다면, <추리 퍼즐 스페셜>은 출제자와 벌이는 진짜 두뇌 게임이다. 아니, 진짜 두뇌 게임을 기대했다. 그동안 추리극을 보며 갈고 닦았던 추리력을 검증해보리라 하는 기대가 있었다. 추리극처럼 마지막 단계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이해하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추는 탐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추리 퍼즐 스페셜>의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수평적 사고 퍼즐들은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은 물론이고 문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끈기와 탐구심을 기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4)고 자신한다.

<추리 퍼즐 스페셜>이 제시하는 총 160개의 추리 문제에 도전하고 난 나의 첫 소감은, 추리 퍼즐이라기보다는 상상 퍼즐을 즐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단서에 맞게 이야기를 완성하는 작가가 된 심정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서'는 있는데 현장은 없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구체적인 '현장'이 없다면, 문제의 정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 '현장'을 예측하는 추리는 날카로운 논리보다 무한한 상상력을 더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가장 허무한 추리 중에 하나였던 4번 문제를 보자. 별 4개 중 별 1개의 난이도를 가진 <남편의 추리 실력>이라는 제목의 문제는 이것이다.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서 며칠 출장을 다녀오겠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가서는 한 시간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예상대로 아내는 이미 외출한 뒤였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만나는 남자의 이름과 주소를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단서>는 이것이다. 1. 남자의 이름과 주소는 집 안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2. 남자의 신원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적힌 글도 없었다. 3. 남편은 아내를 미행하지 않았다. 4. 남편은 자신이 집을 비우면 아내가 틀림없이 그 남자를 만나러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정답을 '추리'해보시라!

이 책이 제시하는 정답은 "남편은 자신이 집을 나가면 아내는 곧바로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의 예상대로 아내는 전화를 전 뒤에 외출을 했고, 집에 돌아온 남편은 전화기의 재다이얼 버튼을 눌러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전화를 받은 남자에게 "경품에 당첨되었으니 경품을 보낼 주소를 알려달라고"고 해서 이름과 주소를 알아냈다!" 이 문제의 정답을 맞추려면, 추리가 아니라 작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추리 퍼즐 스페셜>이 제시하는 정답은 웬만한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 상상이 지나쳐서 어떤 문제는 허무하고, 어떤 문제는 화가 날 지경이다. 별 4개의 난이도를 가진 <살아남기 위해>라는 문제는 "한 남자가 살아남기 위해 신문을 부둥켜안고 있다. 왜 어찌 된 일일까?" <단서>는 1. 신문을 들고 있는 남자는 위험에 처해 있다. 2. 신문이 타인의 공격이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직접적인 보호 수단이 되지는 못한다. 3. 남자는 당일 발행된 신문을 들고 있다. 4. 남자가 들고 있는 신문에는 남자를 살릴 수 있는 정보가 실려 있다. 정답을 '추리'해보시라.

이 책이 제시하는 정답은 "인질극"이라는 설정 속에 있다. "납치범이 인질의 가족들에게 몸값을 요구하자, 가족들은 남자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했다. 납치범은 당일 날짜의 신문을 들고 있는 인질의 사진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냈고, 몸값을 받은 납치범은 인질을 풀어주었다." 이 문제의 정답을 추리로 맞추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덕분에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주에서) 추리는 상상과 통하고, 추리력은 상상력의 다른 이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곧장 정답을 확인하고 싶은 성급한 마음을 눌러야 했지만, 그래도 문제를 추론하고 정답을 확인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단서를 조합하여 현장을 그려내는 재미가 있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정답 덕분에 자극도 된다. 단서를 바탕으로 논리의 뼈대를 세우고,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완성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도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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