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 겨레 전통 도감 5
조현 지음, 홍영우 그림 / 보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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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으로 풀어내는 우리 탈춤  

 

탈춤은 제게 특별한 추억입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대강당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습니다. 밴드부, 합창부, 연극부 등 신입생을 위한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탈춤부'의 공연이었습니다. 재밌는 탈, 신명나는 리듬, 그리고 큼직큼직하게 움직이는 탈춤의 몸동작을 따라 우리는 어느새 손뼉을 치며 함께 박자를 맞추었습니다.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몸짓으로 펼쳐지는 탈춤 '이야기'에 젖어들며 참으로 신나게 웃었습니다. 환영회가 모두 끝나고 운동장에서는 탈춤부의 뒷풀이가 있었는데, 우리는 동그란 원을 그리며 모여 서서 함께 우리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탈춤부의 한 선배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선배님 앞에서 치러지는 오디션에 도저히 참가할 자신이 없어서 탈춤부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지만, 탈춤부 공연이 있는 날이면 언제나 제일 먼저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 장단을 익히고, 탈춤을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리에서 출간된 <겨레전통도감> 시리즈가 총 다섯 권의 책으로 완간되었다고 합니다. <살림살이>, <전래놀이>, <국악기>, <농기구>, 그리고 이제 출간된 <탈춤>이 그 다섯 번째 책입니다. 저는 이중에서 <살림살이>와 <탈춤>을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읽은 <살림살이>는 소중한 분께 선물로 드렸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책을 실제로 보신 분들은 <겨레전통도감>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소장 가치가 눈에 보이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탈춤>에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열한 가지 탈춤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 마을에전해 내려오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경상남도 사천시 축동면 가산리에 전해 내려오는 가산오광대, 경상남도 통영 지역에서 놀던 통영오광대, 경상남도 고성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고성오광대, 부산 지방에서 놀아 온 들놀음, 부산 동래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동래야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 경기도 지방에 전해 오는 산대놀이를 대표하는 양주별산대놀이와 송파산대놀이, 황해도 지방 사람들이 놀던 봉산탈춤과 강령탈춤, 함경남도 북청에서 놀던 북청사자놀음이 그것입니다. <탈춤>은 탈춤 보존회가 공연하고 있는 대본을 바탕으로 해서 그림과 이야기로 한 과장씩 보여줍니다. 열한 가지 탈춤의 '이야기'는 조상들의 빛나는 재치와 해학을 엿볼 수 있는 흥겨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머슴, 백정, 할미, 파계승, 양반, 문둥이, 기생 등 등장인물도 다양합니다.  

아시아에만 해도 500개가 훨씬 넘는 탈이 있지만, 우리나라 탈처럼 구수한 익살과 따뜻한 정을 담고 있는 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6). <탈춤>은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하여 탈춤의 원래 모습을 되살려냈습니다. 또한 탈춤에 쓰이지는 않지만 남아 있는 옛 탈 가운데 방상시탈, 처용탈, 장군탈, 병산탈 등 알아두면 좋을 만한 탈을 따로 소개해주고 있습니다(238-239). 

탈춤은 함께 어울려 흥겹게 노는 가운데 마음속 시름을 덜어내는, 치유적인 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억눌리며 살아도 호소할 데가 없는 소박한 사람들의 여한을 놀이로 승화시켜 달래주고 풀어주는 조상님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탈춤>에 담긴 정신과 지혜를 배우고 그 흥겨움을 몸으로 느껴서, 탈춤이 이제는 문화재나 박물관에만 보관되는 옛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우리의 삶 가운데 살아 숨쉬는 놀이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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