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 당신의 소명을 재구성하라
폴 스티븐스 지음, 박일귀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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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생활의 성공 여부는

대부분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달려 있다.

- 폴 투르니에

70대의 생을 살고 계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이듦'과 '은퇴'에 관해 정확하게 정반대의 경험을 하셨습니다. 환갑을 맞이했을 때, 거듭된 사업의 실패로 모든 것을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으셨던 아버지는 오히려 그 때문에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환갑에 새롭게 소명을 발견하신 아버지는 야간 고등학교부터 다시 시작하여 학사,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시고 남들 다 은퇴하는 70대에 은퇴가 없는 대학교수가 되셨습니다. 아버지를 보면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이와는 반대로 어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하루도 쉴 새 없이 꾸준히 섬기셨던 봉사 단체에서 은퇴하시며 멀리 이사를 하는 바람에 꾸준했던 일과도,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도 이별하시고 우울한 노년을 맞이하셨습니다. 노년에 더 바빠지신 아버지 때문에 더 외로움을 느끼셔서 어머니의 우울이 깊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많이 써야 했습니다.

이제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수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나이듦'과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온 사회를 덮고 있는 듯합니다. 오래 사는 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젊음과 건강이 이상화되고 우상이 된 사회에서 '나이듦'은 저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노인들은 "허약하고, 아프고, 무기력하고, 수동적이고, 성욕이 없고, 외롭고, 사랑받지 못하고, 배울 능력이 없고, 짐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10)습니다.

<나이듦의 신학>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은퇴라는 개념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21)는 것을 일깨우며, 은퇴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도록 돕습니다. '나이듦'을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적 측면에서 노년기를 새로운 모험과 축복으로 여길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 '신학'이라는 제목이 붙인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듦의 신학>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은퇴를 재구성하도록 돕습니다. "우리는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신앙을 가지고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은퇴하면 그동안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던 소명도 끝이 나는가? 아니면, 은퇴에 대해 다시 정의해야 하는가?"(7)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소명 찾기를 통해 어떻게 남은 생애 동안 계속 '일'을 즐길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2부에서는 영성이란 "우리를 찾으시는 하나님께 응답하는 훈련"(97)이라는 측면에서 나이 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영적 훈련이나 영적 여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3부에서는 다방면의 유산 남기기를 통해 어떻게 죽음과 다음 세상의 삶을 준비할 것인가를 논의합니다.

<나이듦의 신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한 가지는 노년은 가능성이 풍부한 인격 형성기로 "인생의 어리석음을 버리고, 자기 기만을 간파하고, 이해심과 공감 능력이 깊어지고, 정직함의 지평이 넓어지고, 공정성에 대한 감각이 한층 성숙"해지는 시기라는 것입니다(8). 노년의 지혜로 젊은 사람들을 훈련하는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분명 노년기는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백 년을 살아보니>를 쓴 노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은 70세가 넘은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깨닫게 되는 지혜가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젊음과 건강이 우상이 된 우리 사회에는 노년기는 우울하고 쓸쓸한 시기라는 인상이 강한데, <나이듦의 신학>을 통해 '나이듦'과 '은퇴'에 대해 우리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 자체가 노년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매 장마다 개인과 그룹으로 스터디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회나 단체의 소그룹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 책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노년을 '위한' 사역에서, 노년에 '의한' 사역으로 지평을 넓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늙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은 지혜의 명작이며

최고의 인생 기술이다.

- 앙리 아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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