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왕조실록 - 이야기 역사신학, 열왕기서 새로 읽기
배경락 지음 / 샘솟는기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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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역사를 기록하였다. 그것이 바로 열왕기서다"(15). 

역사는 왕사라고 합니다. 역사는 누가 왕인가 하는 왕들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역사에서 "누가 왕인가"가 중요한 이유는, 그 왕의 어떠함이 그 시대의 어떠함을 말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경에도 이러한 왕들의 역사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열왕기서입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열왕기서>와 비슷한 내용의 역사서가 한 권 더 있습니다. <역대기>입니다. 왕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그 내용이 서로 비슷하고 겹치는 것 같지만, <성경 속 왕조실록>은 그 둘이 완전히 다른 역사 기록임을 가르쳐줍니다. 역사서는 저자의 관점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열왕기서>와 <역대기>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기>가 이스라엘의 재건을 목적으로 희망을 심어주고자 하는 역사서라면, <열왕기서>는 이스라엘의 멸망 원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다윗 왕가가 무너지고 나라가 망하면서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은 과연 살아계시는가? 하나님께서 택하신 이스라엘 민족은 무엇이고, 성전의 의미는 무엇인가? 다윗과 맺은 언약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성경 속 왕조실록>은 이 문제에 답하며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 <열왕기서>임을 다시 일깨우며, <열왕기서>의 메시지가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솔로몬이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하나님 성전을 지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마음속 허영심과 자기 과시 욕구를 숨길 수 없었다. 열왕기 저자는 솔로몬 성전의 위대함이나 영광스러움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중요함을 역설한다"(51).

<성경 속 왕조실록>은 이스라엘 왕정 시대 중에서도 다윗이 죽은 후 남유다가 멸망할 때까지 약 40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열왕기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주는 <성경 속 왕조실록>은 열왕들 중에 '솔로몬'의 이야기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지혜의 왕으로 유명한 솔로몬은 많은 성도들이 자녀 교육의 모델로 삼고 있는 위대한 왕의 의미지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멸망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 <열왕기서>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솔로몬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보다 자기의 부요함을 자랑하기에 바빴던 솔로몬 왕은 실패한 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 속 왕조실록>은 아름답고 화려한 솔로몬 성전과 솔로몬의 하루치 식량, 그리고 솔로몬이 펼쳤던 정책들을 통해 그의 화려한 통치 속에 감추어진 죄의 문제를 생생하게 폭노합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역사의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엘리야는 대도시의 그림자를 보았다. 풍요와 부요는 허상이었다. 바알을 섬기면 누구나 부유한 것이 아니라 힘 있는 자들, 돈 있는 자들, 능력 있는 자들만 떵떵거리지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죽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대도시 사르밧에서 엘리야는 '이곳에서는 하나님의 도움이 없으면 살 수 없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114).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풍요의 신'이라고 자처하는 바알을 섬기는 본거지에서 가난한 과부를 만난 엘리야의 이야기입니다. 엘리야와 가난한 과부의 이야기에 이런 메시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이라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열왕기서>는 인기 있는 성경 목록은 아닙니다. 왕들의 이름이 나열되고,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고, 비슷한 평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 속 왕조실록>은 조금은 '지루하게' 읽히는 <열왕기서>가 얼마나 흥미로운 책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성경의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기록이었나 새삼 놀라울 정도입니다. <열왕기서>는 단순히 구약의 역사, 우리와 상관 없는 남의 나라(이스라엘) 역사, 이미 지난 역사가 아니라, '오늘' 이 시대를 향한 선지자의 생생한 외침이라는 것을 무섭게 깨닫게 해줍니다.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면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된다고 했습니다. <열왕기서>는 역사를 통해 배우라고 우리에게 외치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이 책을 통해 모든 교회에 <열왕기서> 다시 읽기 열풍이 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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