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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나이트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커트 보네거트가 이래저래 자꾸 눈에 들어와서, 괜히 혼자 인연인가 싶어서 구매하게 되었는데, 안읽혀서 혼이 났다.
구절구절 짧고 예리한 문구들은 참 정곡을 찌르는 것 같은데, 정말로 읽히지가 않는다.
뒷 내용이 궁금하지도 않고, 읽다보면 앞의 내용을 까먹고, 시간대도 왔다갔다 해버리니까 이거야 뭐 제대로 정신차리지 않고 멍때리고 있는 나는 따라가기 힘들 수밖에.
더글라서 애덤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고, 이 책을 보며 눈물이 날만큼 낄낄댔다고 하고, 이 작가가 휴머니스트라고 환호하는 책 표지의 수많은 칭찬들은 분명 내게 엄청난 기대감을 안겨주었는데, 영 아니올시다-
얼마 전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를 읽으면서 몸과 마음 다바쳐서 일생을 사는 사무라이를 보며
'조금 더 열심히, 내 삶에 충실해야겠다.'
라고 다짐했다면, 난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다른 느낌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처럼 살고 싶지는 않으니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사무라이나 이중첩자나 둘다 이미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삶에 임하는 태도는 전혀 반대다.
주인공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안그래도 무력한 요즘의 나로서는 정말 꼴보기 싫은 인생이다.
사실은 그 무력한 자신을 끔찍해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고 무심한 척 한다.
이게 어떻게 휴머니즘이지, 뭔가 나는 이 이야기를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없을만큼 사회의식이 부족한걸까,
사실 뭐 부족하긴 하다만, 그래도 전무하지는 않은 편인 것 같은데;
그래도 남들은 재밌다고 막 깔깔댔다는데 난 갈피를 못잡고 자다가 읽다가 자다가 읽다가 하는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다시 펼쳐보면 단어 하나하나가 다 새롭다.
난 무엇을 놓친걸까?
어쩌면 난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