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역 

오전 11시까지 뚝섬유원지에서 만나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난 늦잠이 자고 싶어서 1시까지 가겠다고 했다. 그냥 당연히 먼저 만나고 있을 줄알고 연락하지 않고 홀로 신나서 돗자리도 챙기고 김밥도 산 내가 바보였다.
12시 반, 이수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전에 전화를 해보니 받지 않는다. 먼저 자전거를 타고 있는가보다 했다.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광화문이란다. 아직 만나지도 않았단다. 

* 명동 

새가 된 나는 명동으로 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무척 좋아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당일날 파토를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해보았다. 

미안하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들고 온다. 택시에서 약간 쏟았단다. 멍청한 녀석들 

* 남산 

자연스럽게 발길은 남산을 향한다. 따뜻한 날씨는 이제 약간 덥다. 왜인지 마음이 급해서 헉헉거리며 산을 오르는데 우리 느긋하게 즐기며 가자고 말은 해놓고 발걸음은 급하다. 힘들었다. 아마도 배가고파서였던 것 같다.
데이트명소 촛불을 지나쳐 설렁탕을 먹었다. 더웠다.
자전거도 싫고 등산도 싫다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간의 사진을 찍은 후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에 모델역할을 맡았다. 카메라를 갖고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거듭 생각. 마음편하게 귀여운척 하며 사진찍히는 일은 가끔은 매우 재밌고 행복하다. 풍성하게 핀 개나리 아래에서 봄에 걸맞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언제 그 사진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친구는 자기 집에 와야 볼 수 있다고 아예 공지.

* 서대문형무소  

평지인 장소를 고르다가 서대문형무소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약간 스산했는데, 우리는 좀 구석진데를 찾아서 돗자리를 깔고 김밥을 먹으며 후배의 '황씨부인당'구연을 들었다. 디지털캠코더까지 가져와서 구연하는 걸 촬영했는데, 우린 들러리 역할을 했다. 과제라고 함.  

애초에 목적은 이것이었냐. -_-

깔깔거리고 신나게 얘기하고 놀다가 문득 엄숙해져서 약간의 견학.
감옥과 사형장을 둘러보았는데, 날씨가 급 싸늘해져서인지 약간 춥고 두려웠다. 그러나 드문드문 핀 꽃들은 아름다웠다.

그 분들은 이렇게 추운 곳에서 얼마나 두려워하고 분노했을까.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 커피스트 

하루종일 걸어다닌 느낌이다. 서대문과 광화문의 중간지점이라는 커피가 맛있는 곳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난 이디오피아 요가체프를 골랐는데, 친구의 고양이 이름이라고- (새내기들한테는 먹히겠다 이놈아, ㅋㅋ) 그러고보니 계속해서 후배와의 연애라던가 몇살차이가 나는 사람과 연애를 해보았냐 등등 이녀석이 던지는 질문이 수상하다.
09학번 후배가 번호를 따갔다고 실토. 기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ㅎㅎ 
그러나....... 우리 슬퍼하지 말도록 하자 친구야.

한때는 여자홀린다고 우리끼리 단정을 지었던 묘한 매력의 소유자와 누나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았던 우리 쫌팽이가 어두운 기운을 내뿜고다니는 복학생패거리라는 사실이 꽤나 씁쓸했다. 내가 나이가 많다는 생각 안하는 편인데 그들을 보며 나이가 들긴 했나보다라고 생각.  

아, 커피는 그저 그랬다.
우린 무슨 촌사람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커피를 서로서로 맛보았는데, 고구마 향이 난다던가, 도시의 식흐남스타일이라던가, 하는 커피에서 별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는야 도시의 차가운남자, 내여자에겐 따뜻하겠지를 중얼거린다.
후배는 누나, 나이트에 중독되지는 말아요. 라고 읊조렸다.  

* 오늘의 수다

환율이야기1/5 - 각자의 로망인 나라에 꽂힌 우리는 환율에 절망한다.
연애이야기1/5 - 시덥잖은 연애이야기.
학교이야기2/5 - 여전히 재미있는 또라이 동문 뒷다마
웃긴이야기1/5 - 말도안되는데 쓰러지면서 웃을 수밖에 없는 농담들  

* 친구의 블로그 

블로그를 한단다. 가봤더니 예쁜 사진들이 한가득이다. 나의 사진선생님.
여전히 사진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그의 광각렌즈는 멋지다. 시그마 10-20. 그러나 아직 플래시는 통달하지 못했단다. 보기엔 간지나던데 =.=
원래는 GX-100정도를 사서 가볍게 들고다닐까 생각중이었는데, 그의 렌즈에 담긴 세상을 보며 그냥 24mm 혹은 12-24mm 정도의 렌즈를 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아, 이 뽐뿌질이라니-  

* 우린 어디에 있는걸까- 우린 누가 될까- 잘 모르겠지만 우린 같이 있다. 어쨌든 지금은.  꽤나 행복했고,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서 방방 뛰어다녔다. 1년에 한두번이라도 같이 서로의 숨결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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