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씩, 아주 부잣집 딸래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엄청 돈 많이 버는 커리어우먼.
그렇다고 부모님의 그늘 덕을 보지 않고 엄청 독립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엄마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부모님은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시고, 내가 역시 '정원딸린 집' 에 사는 사람인줄 아는 친구들이 몇 있다. 자랑 같지만 뭐 알바로 번 돈의 대부분을 옷 욕심에 투자했던 결과물일뿐.
어쨌든 평범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작가나 교수같은 직업(?)을 뒷바라지 해줘도 전혀 타격이 없을 부잣집 배경을 부러워하게 된 이유는 내가 작가나 교수가 되고싶다기보단, 요새 내가 교수들한테 너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손이 없나, 머리가 없나.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을 다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난 전임교수 중 50프로는 안하무인에 날 하인 취급한다. 거기에다 가식적으로 웃으며 네네 하는 나는 쓰레기고.
가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부잣집 딸래미가 되고 싶은 망상은 그 자기비하감을 돈으로 극복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에 김선생님께서 돈을 대출해서라도 명품백을 들고 다녀야 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해서, 나 역시 그런 자존감 없는 사람들을 어이없어했다. (지금 보니 명품백과 수많은 옷가지들의 차이가 뭐냐) 꽃남같은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황당한 이유도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내가 그리도 저급으로 보는 대중들(아마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소수일지도 모르겠다만)과 할수만 있다면 돈으로 무너져가는 자존심을 지키려고 발악적인 망상을 하는 나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오늘 히스테리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