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글과 책이 많이 담긴 블로그가 있는데, 이 책을 산 연유는 순전히 그의 리뷰를 보고 선뜻 폴오스터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사실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할 때 열린책들에서 나온 폴오스터의 책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었다. 다작한 현대작가에 무슨 깊이가 있을 것이며, 왠지 멋부린 듯한 제목, 미국작가란 것도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당시 [반미교과서]따위의 책을 한참 읽고 있었기에) 

 그렇지만 그의 블로그에 담긴 리뷰는 상당이 예뻤고, 헤세와 몽환, 꿈 들을 들먹이는 통에 그저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공중곡예사]와 [달의궁전] 중에서 뭘 볼까 고민하다가 [달의 궁전]이 조금 무난하다기에 골라보았다.  

 첫 느낌은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캐릭터'와 '익숙한 분위기'였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신선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내용이 아무리 지루하고 문체가 읽히지 않아도 새로운 것이라면 '최악이야!'싶다가도 그 신선함에 빠져서 다 읽어내고야 마는 데, 이렇게 처음부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라니 김이 빠졌다. 셰익스피어가 시대를 뛰어넘어 존경받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던 캐릭터를 창조해냈기 때문이고 나도 철저하게 이에 공감하기에, 이 책을 읽어 나가는데 더욱 더 힘이 빠졌다. 

 게다가 그 기막힌 우연들이라니!

 난 '우연히'라는 것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환상적'이라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우연을 빙자한 그 연계성을 발견해내는 환상적인 신비로움은 언제나 날 자극하기에, 환상이나 우연이라는 문학적코드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연히 알고 일하게 된 사람의 아들이 알고 보니 자기 아빠이고, 뭐 이런 설정은 정말 반전이랄 수도 없고, 딱히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좀 너무하다. 난 별로였다. 또한 붕 뜬 단어와 분위기는 환상적이긴 하지만 실 끊어진 연 같아서 방황하다가 어느 집 나무에 초라하게 낚여버린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읽고나서 좋았던 리뷰에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 있는 문체-라는 문구가 굉장히 강조되어 있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단어들의 향연이랄까, 화려한 무도회장에 와있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너무 과한데..과해.'라며 중얼중얼댔던 기억이다. ㅎㅎ  

 ------------------------

 막 정말 최악은 아니었으니 리뷰를 남겨 놓겠다고 생각을 하긴 했다만, 쓰면서 보니 칭찬할 거리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즐겁게 읽은 분들께 미안하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비난하는 리뷰를 읽으면 화가 나서 이런 리뷰는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요새 왜이렇게 삐딱선을 타는지 모르겠다. 정서가 불안정한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