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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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다 들린 어느 분의 서재에서 [인간 실격]을 좀 더 어린 나이에 봤으면- 이라는 아쉬워하는 글귀를 만났다. 그런데 재미있는게 다시 리플에다가는 어렸을 때 봤으면 사단이 났을 것이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여기 너무 어릴 때 [인간실격]을 만나서 사단 난 사람 한 명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난 행복과 낙관주의로 가득찬 명랑한 아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내 인생에서 하나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밝고 활기찬' 아이였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었던 내 안의 고통과 비애, 끔찍한 자기애와 동시에 자기혐오를 [인간실격]에서 낱낱이 확인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였는지, 이 책 때문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난 더 이상 따뜻하고 마냥 행복한 아이인 척 할 수 없었다. 이후로 외로운 유학생활을 하고, 엘 그레코의 그림들을 접하고, 시든 장미와 해골의 정물화를 만나고, 나쓰메 소세키와 헤르만 헤세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게 된 것의 연유가 [인간실격]에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꼭 '이상향'과 '아름다움'을 그려야 아름다운 예술이 아니라는 게 왜 그리도 감동적이고 꼭 내 이야기인 것 마냥 가슴이 저렸는지, [인간실격]을 보는 어린 마음도 그러했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아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야 하는 것인지,
 꼭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게으름을 피우고 사색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일인게 부끄러운 일인건지,
 의심해 보도록 도와준(?) 계기가 [인간실격]이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은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이유도 모를 불안을 묻어둔 채 행복하다, 여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하면서 가끔씩 까닭 없는 고독과 불안을 모른척하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면서도 아무 감정 없이 지나쳤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단단히 굳어진 후에야 [인간실격]을 보고 귀족이나 한량의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해버렸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다자이 오사무 덕에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을 생각하고, 의심하지 말아야만 하는 것들을 의심하며, 나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태생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 아니라 사색하기 위해 태어났기에 인간실격임을 너무 어렸을 때 알아차린게 참 다행일 수도 있겠다. 그런가? 그래야 한다. 난 실패했기 때문에 특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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