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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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게 헤어지자는 메일 한 통을 받았을 때, 손이 떨리고 구역질이 나며 가슴이 아파서 소리를 지르면서 어린이처럼 엉엉 울었었다.(인형 사달라고 백화점에서 우는 애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예의 없고 처참하게 끝나버린게 비참해서 난 가만히 누워서 눈물을 흘리는 일밖에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밀린 무한도전을 보고, 가만히 앉아서 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구름도 보고, 주성치 영화들을 섭렵하고(주성치 없었으면 난 웃음을 잃었을지도 ㅋㅋㅋ) 멍하게 실실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여행을 갔다.

 그 땐 백수였으니까 맘내키는 대로 책 한권 골라들고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하하햐햐햐햐

 그 때 가져간 책이 [바리데기] 였다. 기차 안에서도 보고,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도 읽고, 누워서도 읽고, 아무튼 보고 또 읽고 그랬다. 바리데기의 슬픔을 나의 슬픔과 동일시하면서 그녀와 하나가 되어갔다. 또한 그녀가 슬픔을 견뎌내는 방법을 배우고, 그녀가 얻는 조언들도 함께 배웠다.

 내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시간들을 바리데기와 함께 보내면서 나는 조금 더 자란 반면에, 꿈속에 사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버릇을 들이게 되었다. 행복한 기억만 남기고 괴로웠던 시간들을 잘라내는 방법은 날 과거에 집착하게 만든다.

 여하튼 각각의 작품에 상당히 몰입해버리는 나로서는 참 힘들면서도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바리데기]는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느 지침서보다 확실한 나침반을 제공해줄 것이다. 혹은 적어도 그들의 마음을 따뜻한 손으로 쓸어줄 것이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황석영님의 [바리데기]는 이러한 깊이를 갖고 동화 속 바리데기를 현실로 끌고 오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심청]과 마찬가지로 색다르면서도 그 본성을 잃지 않고 있어서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언제쯤이면 고전을 새 시대에 맞게 다시 재창조해낼 수 있을까?  

 자극을 원하는 우리의 정신은 고전 속에서 안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진짜 ㅆㄹㄱ같은 작품을 글이랍시고 써대는 작가들과 그걸 사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 많은데 정말 답이 없다. 내가 너무 구식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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