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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평점 :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한번쯤은 크눌프의 인생을 동경했을 것이다.
수려한 말솜씨와 단정한 외모,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타고난 그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그 매력을 수단으로 삼기도 하고, 나름의 철학을 설파하면서 산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부러운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질투가 날 지경이니,,
그의 초라하고 병약한 노년생활을 위안삼아 아픈 배를 살살 쓰다듬어 보지만 크눌프처럼 살고싶다는 욕망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그의 깊은 삶의 철학이며, '바로 이거야!'라고 내 얘기인양 공감하고 빠져들었던 짧은 글귀들도 참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방랑하는 삶- 그런 삶을 살면서 사랑하고 그 삶 속에 깊숙이 몸담는 그의 태도가 참으로 부러웠다.
헤세는 몸으로 부딪쳐 살아내는 인생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너무나 유약해서 억척스러운 세상에서는 숨을 쉴 수 없기에 방랑하고 그가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만 보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한 특권의식과 낙관적인 편협함이 나는 참 좋다.
이상주의자는 게으름벵이가 되기 쉽다더니..그 꼴이 나여서 참 괴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