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14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봄에 시작한 신간평가단(- 활동을 붙이기는 좀 민망하다만)을 노랗게 물든 가로수잎을 보며 마감하는 기분이 어째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묘하다.

책 읽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여고를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읽는 책은 문학, 그것도 세계문학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등장인물이 있고, 대사가 등장하고, 줄거리가 있는 책만 집중적으로 읽었다. 그러다 고3 때 같은 반에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늘 책을 읽고 있는 친구가 있어 하루는 무슨 책인가 들여다봤더니 에세이였다. 나는 친구에게 "누구나 겪는 일상다반사인데 굳이 남이 쓴 걸 책으로 읽을 필요까지 있느냐"는 요지의 말을 했는데 그때 친구에게 했던 내 말을 부디 친구가 까맣게 잊어버렸길 바란다.

나는 좀 개인주의라 선택과 집중의 습관이 인간 관계에도 적용되어 보통 또래들보다 관계의 저변이 협소한 편이다. 맞지 않는 부분을 굳이 포기하면서, 양보하면서, 맞춰가며 관계를 지속할 만큼의 애착은 없다. 그런데 내 몇 안 되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자기 내키는대로 조언과 충고를 꺼리지 않는 절친 M이 내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아마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게 그 무렵부터였지 싶다.

신간평가단에 지원한 것은 편식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의 선정 과정이 주는 장점 때문이었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기존의 호불호였다면 살펴볼 생각도 않고 넘겼을 작가와 책을 눈 좋게 골라준 선정단 덕분에 읽을 수 있어서 즐겁고 고마웠다. 누구나 빠르고 쉽게 웹사이트를 공유하는 시대를 살면서 집단지성이 가진 힘의 도움을 이렇게 또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14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은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과 정혜윤의 <마술라디오>다. 정유정은 전작 <내 심장을 쏴라>가 취향이 아니었던 이유로, 정혜윤은 기존 독서에세이가 늘 어느 한 부분 삐걱거리며 미묘하게 거슬렸던 이유로 구매 리스트에서 제쳐두었던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섣부르고 경솔한 짓인가 반성했다.

부언하자면 <히말라야 환상 방황>은 이토록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였던가 새삼스러웠고, <마술라디오>는 정혜윤이 이런 글도 쓰는구나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14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무순)

 

 

 

 

 

 

 

 

<히말라야 환상 방황> 정유정

나는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글도 잘 쓰고 도덕적, 정치적으로도 올바르길 바란다. 보편적인 선과 상식을 지향하는 문학의 특성상 작가 역시도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심리가 은연 중에 있다. 어렵게 썼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결국 작가의 인간성이 문학의 주제 만큼이나 인간답길 바란다는 얘기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 히말라야 여행기는 작가를 인간적으로 마주보게 한다. 작가 정유정이 아닌 자연인 정유정으로 인해 내내 즐겁고 유쾌했던 책.

 

<헤세의 여행> 헤르만 헤세
이 에세이의 가장 큰 장점은, 에세이 그러니까 산문이 아니라 수십 편의 단편소설집을 읽은 것 같은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작가는 작가일 수밖에 없구나, 싶었던 한 권.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팬심(fan心)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녀가 어느날 SNS에 x이라도 싸지 않는 한 나는 그녀를 여전히 좋아하고, 좋아할 것이므로.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입하면서 읽었던 책. 장서를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하고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이제 4천 권을 넘어서기 직전인 책장을 보면서 책장을 늘릴 게 아니라 이사할 생각을 한다. 책을 안 사는 건 아예 선택지에 없는 거지. 마음대로, 뜻대로 되면 왜 '괴로움'이겠나. 그렇게 안 되니 '괴로움'이지.

 

<마술라디오> 정혜윤

묘하다고 해야 할까... 몇 편은 보르헤스식 환상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고 또 몇 편은 해방전후 소설과 유사한 복고식 감성이 읽힌다. 시쳇말로 소설 같은 소설 아닌 에세이. 재미도 있고 울림도 있다. 정혜윤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을 써도 괜찮겠다 싶었던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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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4-10-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견을 갖고 있던 작가들을 다시 보는 기회가 됐다니, 어쩐지 저도 기쁩니다 ^^ 저도 편견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 여럿 있는데, 역시나 좀 다시 만나보는 기회를 가져야 할까요 ; ㅎㅎㅎ

좋은 활동 고맙습니다. 좋은 계절 보내세요!

인삼밭에그아낙네 2014-10-28 19:36   좋아요 0 | URL
좋은 책 보내주셔서 늘 감사했어요.
매번 인사드리기 쑥스러워 그냥 넘겼는데 이 자릴 빌어 남깁니다.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어요.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