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반납기한을 훌쩍 넘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
- 여행길에 한 권을 챙겼으나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 책갈피가 같은 곳에 끼워진 책.
이는 모두 이번 부산행에 대해 내가 애초에 얼마나 낙관적이었던가를 보여주는 증거.
상경 다음 날(토요일), 잠시 고민했다.
하루라도 빨리 반납하자. 아니다, 기왕에 늦은 거 그냥 다 읽고 반납하자.
그리하여? 책들은 여전히 방과 서재, 거실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다.
2. 책은, 과연 내게 어떤 의미인가 새삼 생각한다. 눈이 핑핑 돌아가게 정신 없는 와중에도 B의 도움으로 온,오프 서점에서 품절-절판에 들어간 책을 구하는데 성공, 거기에 B가 안겨준 두 권까지 가방에 넣어 낑낑 대며 올라 왔다. 그러고도 모자라 상경 이틀째인 일요일에 지시장과 알라딘에서 정신 없이 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쯤되면 책은 도대체 내게 무엇인가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왼쪽) B에게 받은 두 권.『현대미학강의』(진중권),『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곽아람)
(오른쪽) 품절-절판된 책들.『무어의 마지막 한숨1,2』(살만 루시디),『마일즈의 전쟁』(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신들의 사회』(로저 젤라즈니)
품절 혹은 절판된 책들을 구할 때 내가 마지막으로 구원 요청을 하는 이가 B다. 이번 역시 B의 도움을 받았다.
곽아람이 먼저였는지, 요네하라 마리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함께 내게로 왔다는 거다.
처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노먼 록웰의 '눈에 멍이 든 소녀'(사진). 이 그림은 저자에 의해 '빨강머리 앤'으로 되살아난다. 보너스라고 해야할까, 더욱 좋았던 건 이 책에 최근 읽은 소설 중 내가 가장 열광했던 '필경사 바틀비'도 등장한다는 사실.
추천사에도 있지만『모든 기다림의 순간…』에는 세 가지가 있다. '글, 그림, 글을 읽고 그림을 본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와 소통하는 것이 즐거운 이 책을, 참 아끼면서 읽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