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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들어 내가 게을러진 것인지, 착각을 안고 책을 펼치는 경우가 잦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이하, '사랑은 그렇게') 역시 아내이자 동료였던 문학 에이전트 팻 캐바나와 사별한 줄리언 반스의 회고록 성격을 띤 에세이인 줄로만 알고 페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18p까지 꾸역꾸역 읽다가 뒤늦게 목차를 확인하니 소제목이 '비상의 죄'다.

<사랑은 그렇게>는 모두 세 개의 이야기 묶음으로 구성되는데 차례로 '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로 이어진다. 이쯤되면 원제 <Levels of Life>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된다.

책 뒷표지 김훈의 짧은 서평(?)에 '삶의 층위'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층위 - Level이란 비상(하늘), 평지(땅), 깊이(지하)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단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세 이야기는 모두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로 시작한다. 물론 합쳐보라- 이후는 하늘-땅-지하로 이어지는 만큼 그 내용도 변화가 생긴다.
첫 번째 '비상의 죄'는 19세기 초반 '열기구'와 그것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등장하고, 두 번째 '평지에서'는 열기구에서 내린 프레드 버나비가 사라 베르나르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얘기가, 세 번째 '깊이의 상실'에 이르면 아내와 사별하고 비탄에 빠진 남자가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비탄에 빠진 남자를 위로할 방법은 세상에 없다. 그 비탄에서 남자를 건져낼 방법은 더더욱 없다. 줄리언 반스가 E.M.포스터를 인용해 지적했듯이 '하나의 죽음은 그 자체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죽음에는 한줄기 빛조차 비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슬픔은 보편적이지만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의 몫이 된다.
수직을 따라 점점 아래로 내려오는 작가의 시선이 몹시 무겁다. 상실된 부분은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빈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것이 남겨진 이의 삶의 몫인 걸 알기 때문에 아내를 잃은 남자의 고통이 더욱 선연하게 다가온다.
어렸을 땐 말로 위로하는 것이 쉬웠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침묵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때론 섣부른 말보다 침묵이 더 위로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이 순간, 세탁 건조기 앞에서 나는 그 설명할 수 없는 내 청춘의 기억, 다시는 그 달콤함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기억에 매달려 있었다. 죽음이 나쁜 것은 미래를 바꿔놓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를 기억과 함께 외로이 남겨놓기 때문이다. - p.415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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