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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예쁘다'였다. 책장을 펼치고 본문을 살짝 엿본 후에는 거기에 감탄사가 붙었다. '아, 예쁘다'.
책 조차도 예쁘면 마음이 더 솔깃해지는 못난 견물생심을 탓하면서 몇 페이지 읽다 말고 작가가 궁금해져서 온라인서점에서 검색해봤다. 여전히 작가의 정보는 부족했지만 작가의 다른 책을 통해 작가의 유목민 기질을 추측할 수 있었고, 책 속 사진이 작가가 직접 찍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 책은 느리게 조금씩 읽어야겠구나.
단어, 작가의 내밀한 혹은 사색적인 인상을 담은 산문, 그리고 사진... 이 책을 구성하는 것들이다.
단어는 아포리즘, 산문은 펼쳐놓은 사색처럼 느껴지는데 그 탓인지 첫 인상은 파스칼의 팡세를 연상하게 했다. 그러니까 <나는 걸었고>를 읽는 인상은 여행산문 보다는 사색집 혹은 명상집을 읽는 기분에 가깝다. 감성산문일랄까. 비유하자면 심야에 듣는 라디오 방송 같은...
한번에 완독하는 책이 있고 나눠서 띄엄띄엄 페이지에 구애 받지 않고 읽는 책이 있는데 말하자면 <나는 걸었고>는 후자다. 누군가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마주 잡는 손은 성의 있고 진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하물며 내가 들고 있는 책 속 문장들이 작가의 10년의 편린들이라고 하니 더욱 진지해질 수 밖에.
나이가 드니 여행의 목적은 종착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발지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예전엔 '와, 이런 곳 저런 곳을 여행할 수 있다니 부럽다'는 감정이 우선했으나 요즘은 여행 출발 이전의 저자에게 시선이 먼저 간다. 왜 떠났을까. 무엇이 그의 등을 떠밀었을까. 그럼에도 '떠날 수 있는' 그가 부러운 건 여전하다.
최근 여행산문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낀다. 바야흐로 힐링이 필요한 시대인가 보구나,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마음의 지문을 찍는 것
말한다는 것은
세상에 문신을 새기는 것
그것들을 옮긴다는 것은
마음에 세상 지도를 달리 그린다는 것.
- from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