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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처음 보는 작가인데 무심코 이름을 검색했다가 주루룩 펼쳐지는 목록에 놀랐다. 약력을 보니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라고 한다. 누군가의 일상이 공감을 얻는다는 건 그 누군가의 일상이 소소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진솔하다는 의미일 텐데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이웃나라 작가라니 책을 펼치기도 전에 호기심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고운 연분홍, 반짝반짝 분홍색 가름끈. 보는 순간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아, 이 책은 여자를 위한 책이구나" 다. 첫인상을 배반하지 않는 이 예쁜 책은 책을 펼치면 활자가 말을 걸어온다. 조곤조곤 더 없이 음전한 목소리로 자신의 일상, 느낌, 생각을 얘기한다.
절반쯤 읽다가 책의 표지를 다시 확인하고 제목을 새삼 눈여겨 보게 된 이유는 독서 도중에 문득 책을 가득 채운 일상의 주인공이 '나이'라는 걸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늦게 '아, 그래서 첫 에피소드도 법령선이구나' 했다. '법령선'이라니,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봤는데 아마 표준국어는 아닌 듯 하다. 동일한 의미의 단어로 '팔자주름'이 있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인물의 나이를 법령선으로 구분하는 작가의 고민은 과연 또래 연령대의 여자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지점이 있다. 마스다 미리의 일상이 공감을 끌어내는 힘은 아마 이런 데 있는 게 아닐까. 일상성의 힘은 '공감'을 끌어는 데서 발휘되는데 마스다 미리의 소박한 일상이 설득력을 가지는 의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든다는 건 수다에 추억이 차지하는 양이 많아진다는 의미인 듯. 옛날에 말이야, 내가 **할 때 말이야,... 등등 과거 얘기가 현재를 온통 채운다. 뭐, 꼭 서글픈 일은 아니지 않을까. 정작 중요한 건 이런 것, 마스다 미리가 인용한 영화 대사처럼 '인생은 축복이니 낭비하면 안 되죠.'(p.61) 이니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녀의 얘기에 공감하고 동조하다 보니 어느새 그녀와 친구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이 책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한번에 일독하는 것보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읽기를 권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