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 대역본> 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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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는 자연이고, 가장 좋은 교육자 역시 자연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나 어렸을 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배경은 아무래도 어린 시절 상당한 기간을 시골 외가에서 보낸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나를 주체로, 세상을 객체로 인식하기 시작할 즈음인 여섯, 일곱 살의 대부분을 시골 외가에서 보낸 것은 내 정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시골에서 보냈던 유년의 기억은 지금도 뚜렷한데 이를테면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개구리를 잡으러 논두렁을 헤집고 다니던 거나, 어느 여름 장맛비에 내 키만큼 범람한 강물에 떠내려가던 돼지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던 것, 상여를 쫓아 길게 이어지던 행렬이 어린 마음에도 아련했던 것 등등 내 유년은 도시의 아이들은 경험하기 힘든 재미있고 특이한 추억들로 가득하다. 여담이지만 그중에는 닭과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있는데, 그러니까 국내 영화 <귀신이 산다>에서 배우 차승원이 닭을 무서워하는 장면을 보면서 진심으로 공감했던 나는 말하자면 '닭 포비아(phobia)'다, 사연은 이러하다. 집 앞 개울가에 빨래를 하러 가기 전 이모가 막 쪄낸 고구마를 내 손에 쥐어주었는데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내 고구마가 절반이나 사라지고 말았다. 도둑의 정체는 닭이었다. 뻔뻔한 닭은 내 고구마를 절반이나 먹어 치우고도 도망가기는커녕 정체불명의 머리통을 전후좌우로 까딱이면서 나를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는데 당시 여섯 살이었던 내가 다음에 했던 행동은 뻔하다. 쪼그만 몸 어디에 그런 소리가 숨어 있었는지 나는 목청껏 울어 젖혔고 근처 개울가에 빨래를 하던 이모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부리나케 달려왔다.
원제가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이고 번역 제목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인 이 소설의 화자는 '작은 나무'(Little Tree)다. 부모님을 갓 여의고 조부를 따라 산으로 온 다섯 살 소년 '작은 나무'의 성장소설인 이 소설이 특별해지는 지점은 '산을 내려오다'(p.526)와 이어지는 '집으로 돌아오다'(p.618) 챕터이다. 공권력의 판단에 의해 작은 나무가 조부모와 산을 떠나 고아원으로 옮겨 가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보여줌으로써 흔히 제도권과 주류로 분류되는 사회의 가치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만 보이는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또렷하게 변별할 수 있게 한다.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것을 배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묘사(p.193)를 통해 자연의 생장과 인간의 생장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