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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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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나무가 쓰러졌는데 주변에 나무도 그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으면, 소리가 날까?"(p.27,『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나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한동안 교회에 열심히 나가셨는데 그러다 또 한동안은 절에 다니셨다. 지금은 어느 한 종교에 적을 두지 않고 다만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이유로 불교에 (아주)조금 더 친밀감을 느끼시는 듯 한데, 제사가 이유라면 아버지의 종교는 '유교'여야 되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매번 종교를 향한 아버지의 방향 전환은 매끄러웠다. 반면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엄마는 종교 없이 이십대를 보내고, 우리를 낳은 뒤로 (개신)교회에 열심히 나가시더니 지금은 카톨릭 교회에서 영세를 받고 주말이면 교회에 나가서 미사를 올리는 카톨릭교인이시다. 부모님의 종교 역사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말하자면 종교에 관한한 비교적 유연하셨던 부모님 덕에 나 역시 종교간 경계에 비교적 자유로운 잣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예로 내 mp3 목록에는 CCM과 반야심경, 천수경 등이 사이좋게 함께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던 중에 특히 눈에 띄었던 구절이 다음 구절이다.

(…전략)교리에만 집착하면 종교 간의 건널 수 없는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실제 실천 수행으로 들어가면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 p. 119

언제부터인가 종교의 의미와 역할보다 종교인의 의미와 역할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내 종교는 정교요, 네 종교는 이단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손가락질 하는 양태를 심심찮게 본다. 사회가 분화하고 다변화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의 한 단면이려니 이해하면서도 가끔 본질은 어디다 내팽개치고 껍데기가 설치는 세상이 되었나 고개를 젓게 되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혜민 스님은 이번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의 약력을 먼저 읽고 책을 펼치면서 한 때 내가 소유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 그 의미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물론 저자가 아닌 내가 그 의미를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나 책을 읽어가는 동안 다만 한 가지, 자신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절대적인 무엇. 그것이 종교를 통한 구원이든, 절대자에게 복종하는 믿음이든, 자신의 내면을 향한 정진이든... 세상의 복잡한 욕심과 번뇌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나려는 한 출가인의 기꺼운 그 걸음이 부러웠던 것만은 분명하다.
「사랑하는 마음 아파하는 마음」이후는 아포리즘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 책 전반이 그러하다. 책을 읽는 내내 옆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는 편안한 기분이 든다. 
百人百色이라고 했다. 행복의 추구는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그 방법적인 면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러니 누구의 선택, 누구의 방법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자리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도움을 줄 때 우리들의 가치 기준으로 판단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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