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마흔 세 번이나 해지는 걸 봤지."
그리고 조금 후에 너는 덧붙여 말했다.
"그런 거 알아요? ……아주 서글퍼지면 해지는 게 보고 싶거든요……"
"마흔 세 번을 본 날 그럼 너는 그토록 슬펐단 말이냐?"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 pp.27-28『어린왕자』, 김 현 옮김 / 출간일. 1991,04(중판, 초판: 1973), 문장


- 내가 가지고 있는『어린왕자』는 정가가 1,500원이다. 예전 책을 보게 되면 무엇보다도 책 값이 정말 많이 올랐구나, 놀란다.
-『어린왕자』는 (故)김 현의 번역을 최고로 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H의 언니로부터였다. H의 언니는 불어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현지에서 유학 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검색을 해보니 김 현의 번역본이 보이질 않는다.
- 같은 책을 다독 하지 않는 독서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이례적으로 꽤 여러 번 읽었던 이 얇은 소설은, 굳이 시기를 나누면 어렸을 때는 별나라의 모험담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두번째 읽었을 때(이십대 초반)는 세간의 "어쩌구저쩌구~"에 동승하여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소설 속 함축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치기어린 자세로 읽었던 것 같고(가장 안 좋은 독서 행태) 그리고 바로 오늘 오전, 아주 오랜만에 우연히 손에 잡힌『어린 왕자』를 다시 읽는데, 이 소설이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소설이었던가ㅡ 했다. 발췌한 부분은, 특히 굵은 구절은 그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던 장면.
- 들쭉날쭉한 문장 부호와 동시대성이 다소 떨어지는 어휘가 새삼 눈에 띈 김에, 양장에 새로운 활자체에 종이질도 더 좋은 김화영 교수님의 새 번역본을 살까 싶어 온라인 서점에 접속했다. 하지만 미리보기로 잠깐 내용을 보고 일단 보류.『어린 왕자』는 故김현의 번역본이 가장 낫다고들 하는데 정말 제일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오래 되어 내 눈에 익숙해진 탓인지 하여튼 낡고 오래된 이 책이 더 맘에 든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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