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꼽아 보니)약 15개월 전의 일이다... 
서점에서『혼불』(최명희 / 한길사)이 사라진 후 재간을 기다리다 거의 포기할 무렵, 우연히 파주 헤이리 출판단지에서 한길사가 운영하는 북하우스에 아직 재고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얼른 북하우스에 전화했더니 출판사 보유분이 남아 있다고, 다만 상태는 안 좋다고 한다. 집에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어놓은 상황이라 가능한 상태가 좋은 걸로 추려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바로 입금, 이튿날 받았다.
책은, 평소 약간 결벽증적인 내 취향을 포기한다손 치더라도 좀 심각할 정도의 '중고' 상태로 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구입 전 출판사측에서 내게 그 부분에 대해 미리 언질을 하였으므로 달리 문제 될 건 없었다. 구체적인 상태는, 세 권 정도는 상태가 아주 좋고 두 권 정도는 좀 많이 안습. 나머지는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책은 물론 새 책이다. 밖으로 드러난 내지면의 색이 많이 바랜 걸 제외하면 파본이나 낙장도 아니고 모서리도 모두 무사하고 표지도 반짝반짝 하고. 절판된 책을 구했는데 이게 어딘가... (허허)
문제는, 불과 3주 후에 들려온『혼불』 재출간 소식이었다. 소식을 접한 건 LA에서였다. 그나마도 재출간 일자가 두 달 후다. 오랫동안 재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할인 전혀 없이, 택배비까지 물고 직구입한 그『혼불』이 말이다. 어이가 없었던 건, 전화 통화할 때, "혹시 재출간 소식에 대해선 모르시나요?" 물었더니 아주 청순한 어조로 "네, 전혀-" 하던 출판사 직원이다. 재출간된다는 것을 알았어도 책은 샀을 텐데. 작가의 처음 원고가 훼손 없이 그대로 잘 나온다면 새로이 한 질을 더 구입하면 되니까. 어찌됐든 작가 생존 시에 출판되었던 책을 가진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소식이었다.  


2008/12. 어렵게 구한 혼불

책을 구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던 기세는 어쩌고 책장에 책을 꽂은 게 언젠데 이제서야『혼불』을 읽고 있다. 내 품안에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그런데 이제 겨우 3권 째인데, 자꾸만 10권에 눈이 간다. 이런 소설이 미완성이라니... 벌써부터 이렇게 안타까우니 다 읽고 나면 어떨지,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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