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늦게 뜬 감은 있지만 주진모 이 배우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렇게 잘 생겨도 되는가, 다. 풍부한 표정을 담은 눈동자하며 저음의 목소리하며. 예전 일이지만 집 근처 모델하우스의 벽면에 걸려있는 이 배우의 대형 광고현수막을 볼 때마다 저걸 밤에 몰래 뜯어와, 말어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김아중, 주진모 주연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원작은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괴로워』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베스트는 『미녀 망가지다』를 꼽는다. 한때 내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의 최고점이 어디인가 시험하던 만화이기도 하다. 

 

 

영화로 돌아와서, 김아중의 연기는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어서 좋았다. 출산드라도 연기 잘 하고. 주조연이 모두 고르게 제 몫을 해준 것 같다. 역시 흥행하는 영화는 이유가 있다. 물론 마지막 콘서트 장면은 좀 아니올시다였지만. (그러면서 그 장면에서 울고있는 건 또 뭐란 말인가;;)
결론적으로, 한나는 전신성형을 한 이후 사랑도 일도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김아중의 연기에 표를 주고 싶은 이유는, 그것이 계산된 연기였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제니가 된 이후의 한나가 그다지 예뻐보이지 않아서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지 못 하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든, 뭘 하든 매력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이 시대를 사는 80%의 평범한 여성들에게 위안을 주는 미덕은 마지막 순간, 제니가 자신이 가진 본래의 정체성(=한나)을 되찾고자 용기를 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형식은 때로 그 틀안에 내용을 가두고 내용을 지배하지만 내용, 즉 본질 그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인 것이다.

어느 비오는 밤,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 두 아가씨가 차례로 찾아와 성문을 두드린다. 두 아가씨 중 한 사람은 공주. 하지만 실례가 될까 물어보지 못하고 고민하던 성주는 꾀를 낸다. 이튿날, "잘 잤느냐"고 묻는 성주에게 한 아가씨는 "편안하게 잘 잤다"고 대꾸하고 다른 한 아가씨는 "뭔가가 등을 찔러대서 잠자리가 불편했다"고 투덜거린다. 성주가 매트리스 아래에 한 알의 콩을 넣어두었던 것. 성주는 이렇게 해서 공주를 가려낸다. 

기억하고 있는 이 동화는 아마 <그림동화>에서 읽었지 싶다.
본질의 문제보다도 오래된 습관이 체화된데서 오는 습성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원래 다 그런 것이다. 우리는 '인간은 다 똑같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몇 가지 이유로 그것을 잊는다. 본질 혹은 내면을 정확하게 읽을 줄 아는 것은 그래서 인생을 사는 중요한 지혜인 것.
  

존 업다이크의 『브라질』은 겉모습을 바꾸지만 결국 타고난 본성은 바꾸지 못했던 주인공의 비극을 통해 본질과 현상의 괴리를 보여주는 문제적 소설. (국내 도서 이미지가 없어 원서로 대신한다)

 

 

결론은, 와인은 소주잔에 담아도 와인이고, 소주는 와인잔에 담아도 소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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