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이들 대학살 계획 - 세자매 탐정단 세자매 탐정단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 이레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번에도 강조하자면, 역시 옛날이야기같다;;; 외국에서 국빈이 온다는 이유로, 빈민층인 고아 홈리스들을, 거리의 아이들을 몰살시킨다는 설정을 설마 현대의 일본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수긍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구니토모는 점점, 최고의 신랑감으로 추앙받고 있다. 2권에서는 미모의 살인용의자가 난리더니, 3권에서도 딸이 살아있으면 자네에게 주겠다는 둥;;;

하지만 이 책은, 세 권 중에 가장 유머로 치자면 읽을만한 책이었다.
첫째 아야코, 그러니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큰딸들의 수치인 이 철딱서니없는 아야코는, 또, 사고를 친다. 아야코는 우연한 기회로 연극을 하게 되는데, 그게 보통 큰 무대가 아니다. 아야코는 덤벙대기때문에 유리코가 언니를 돕는다(이 와중에 아버지는 또 어디론가 가고 없다;;;). 연극에 출연하겠다는 아야코와 그런 언니를 말리려는 유리코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아마 영업사원이 울며불며 사달라고 조르면, 언니는 뭐든지 사줄 거야. 틀림없어."
"내가 그렇게 바보인 줄 알아? 그보다 유리코 너,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
"뭔데?"
"아까 학예회에서 나무나 바위 역할밖에 한 적이 없다고 했지? 난 <하이디>에도 출연했어."
"그땐 목에 방울을 매달고 있는 어미 소 역할이었잖아. 대사도 없었고."
"대사가 왜 없었어? 하이디가 머리를 만져줄 때 '음메!'하고 울었어."

 
게다가 이 책에서는 구니토모와 유리코가 살짝 갈등 관계에 빠진다. 이것도 쏠쏠한 볼거리다(너무 빨리 끝나버리지만).

아야코는 책 마지막에서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살인사건>때와 같은 사건을 또 친다. -ㅅ- 

어쨌건 유머로 보자면 이 책이 세 권 중 가장 재미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owup 2005-12-0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5년 11월에 발행한 걸 보면, 지금에도 뭔가 먹히는 구석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거겠죠? 이레 출판사의 추리물이라니. 낯설군요. 어쩐지 꽤 키득대며 읽게 될 것도 같군요.

marina🦊 2005-12-0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많지 않고, 집중하기 쉽지 않은 때 읽기 딱 좋은 작품입니다.
세 소녀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면 즐겁게 읽힙니다.
 
네 명의 죽은 자와 마지막 살인 - 세자매 탐정단 세자매 탐정단 2
아카가와 지로 지음 / 이레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수수께끼의 외유에서 돌아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건에 휘말린다. 유리코와 구니모토는 연인 사이로 인정을 받는다(물론, 키스 이상은 가지 않은 것같지만).

이 책이 옛날 이야기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 건 역시 그런 설정들 때문이다. 아무리 곤경에서 도와주었다 하더라도,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과 형사가 공공연하게 애인이라고 말하고 다닐 뿐 아니라, 수시로 키스를 하는 모습을 자매들이 목격하는 게 아무렇지 않게 묘사되는 게;;; 그리고 투캅스 때나 적용되었던, 미모의 용의자가 야시시한 차림으로 형사를 유혹해 배터지게 먹게 한 뒤- 라는 식의 상황 전개도 좀 당혹스럽다. 애초에 타겟 층이 성인이 아닌 건가 싶을 정도로, 가끔 너무 애들 장난같다. 이를테면, 나는 여전히 <소년탐정 코난>을 재미있게 보지만, 그냥 심심할때 한 두 에피소드를 읽는 이상, 그러니까 몇 권씩 진중하게 한 번에 읽는 건 못하겠다. 이 책이 그렇다. 유머러스하고 사람은 죽어나가는데, 그 책이 그 책 같다. 시리즈 물 치고도 그런 혼동이 유난히 심한 편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살인 사건 - 세자매 탐정단 세자매 탐정단 3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은 고등학교 여학생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출장 중이다. 그런데 당신이 사는 집에 불이 났다. 당신에게는 언니와 여동생이 있다. 다음 날 당신을 찾아온 경찰은 당신 아버지의 방에서 방화로 보이는 불이 시작되었으며, 그 방 옷장 안에 여자의 시체가 있었다고 말해준다. 게다가 아버지는 출장 중이 아니라,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 자,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세자매탐정단>의 세 자매는 아버지의 결백을 철썩같이 믿는다. 그리고 수사를 시작한다. 첫째와 셋째는 집 근처에 사는 셋째의 학교 선생님의 집에 얹혀 지내고, 둘째는 친구네 집에 신세를 지기로 한다. 여기서 밝혀두자면 첫째 이름은 아야코, 둘째 이름은 유리코, 셋째 이름은 다마미.

유리코는 세 자매 중 가장 영리하고 용감하다. 첫째 아야코는, 한마디로 첫째 딸들의 수치라고 할 수 있겠다(첫째딸로서 이런 여자 아이를 보니 마구 화가 난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엄한데서 삽질을 한다. 막내 다마미는 엄청난 구두쇠. 하루아침에 집도 돈도 없어졌지만, 다마미는 남에게 빌린 얼마 안되는 돈을 칼같이 관리할 뿐 아니라, 돈을 요구하는 불량학생들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돈을 내놓지 않은 인물.

이 책은 시리즈물이고, 나머지 두권도 읽고 잘 생각인데, 일단 분량이 작고 책 판형도 작다. 행간도 엄청나게 넓다. 이야기는 간단하며 유머가 있으므로 쉽게 읽힌다. 추리로서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진다(범인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 인간 수상하다, 고 생각했던 게 들어맞아버려서 대략 속상하다. 글을 쓰면서, 주인공이 될 사람, 주요 인물이 될 사람에게 신경을 쓰고 묘사하는 딱 그런 방식으로 범인의 첫 등장을 그려두었다). 사실 이 책의 매력은 추리의 치밀함에 있다기보다는 세 소녀들의 좌충우돌 탐정체험에 있는 것 같다. 아버지가 용의자라 해도 소녀들은 머리를 굴린다. 큰언니를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 잠입시키고, 죽은 여자의 집에 혼자 찾아가는 모험도 서슴치 않는다.

뭐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소녀들의 하드보일드 탐정담, 이다.
주인공 셋은 소녀들이라면 겪을 법한 일들을 좀 세게 겪는다. 마치 필립 말로가 탐정이라는 이유로 얻어맞는게 이상하지 않듯, 이 소녀들은 탐정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강간의 위기에 처하거나,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기도 한다. 나이 많은 남자들은 소녀들에게 수상쩍게 접근하고, 소녀들은 어른들의 진실을 너무 빨리 목격하게 된다.

85년에 씌여진 책이던데, 상당히 옛날을 배경으로 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60년대쯤을 배경으로 TV시리즈를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가명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아르바이트로 취직이 된다는 설정은 정말 지금 읽기엔 난감한 구석이 있다. 사람들의 면면도 순박한 데가 있다.

세 소녀의 성격이 칼같이 구분되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둘째 유리코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더라. 그렇다면 남자는 누구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유리코를 돕는 형사 구니토모. 이 사람은 착하고 성실하며 소녀의 말도 열심히 들어주고 범인도 잡는 인물로, 잘 하면 유리코와 진지한 관계(라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유리코와 구니토모가 함께 나오는 장면이 되면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재미있는 점은 책 표지에 적힌 광고문구.
"공포, 스릴, 반전! 소년 탐정 김전일을 능가하는 일본 최고의 탐정소설 시리즈!"라고 적혀 있는데, 놀랍게도 김전일에 비교한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 세 소녀 주변의 인물은 수시로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이 세 자매가 신변을 의탁하거나 수사차 찾아오거든 절대 아는 척 하지 말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중간쯤까지 읽고 있는데, 퇴근하던 선배 m이 "이거, 재미있어?"하고 물었다.
"아니, 별로. 쉽게 읽히기는 하는데, 재미가 덜한데요. 읽고 h 선배한테 돌려드릴 거니까 그때 읽으시던가요."라는 게 내 대답이었다. 지금 다 읽었는데, -ㅅ- 그렇게 말할 만한 책은 아니라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든다.(퇴근 전에 m 선배에게 이 책 괜찮다고 메일을 보내놓아야겠;;;)

호숫가 별장에 네 쌍의 부부가 모인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들. 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합숙하는 중이다. 주인공 순스케는 의붓아들 때문에 이 곳을 방문했는데, 하필 그 곳을 내연의 부하직원 에리코가 찾아온다. 에리코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오라고 얘기하고, 순스케는 호텔로 그녀를 만나러 가지만 그녀가 오지 않자 다시 별장으로 돌아온다. 그 곳에서 순스케를 기다리는 것은 에리코의 시체. 순스케의 아내가 자신이 죽였다고 고백한다.

입시문제에 대한 책. 역시 결혼은 무서운 것이라는 결론. 일본의 입시상황이 정말 이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상황 뿐 아니라- 마약 얘기도. 아니면 내가 너무 시대에 뒤쳐졌나.

에리코의 시체를 유기하는데 네 가족이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찝찝한 그 이유가 밝혀지면서 책이 재미있어진다. 막판 반전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오랜만에(실로 오랜만에!) 반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읽은 책. 정말 끝부분에 다시 한번 있는 반전은 기분이 짠해지게 만든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찜찜한걸까. 잘 모르겠다, 미안하게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일본어로 읽은 것도 있고, <백야행>은 꽤 즐겁게 읽었고,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읽다 말았는데, 흠-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일단 마저 읽어야겠군. <비밀>도 괜찮다고는 생각했었는데, 딱히...

개인적으로 이렇게 휴먼 스토리스러운 추리물은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다. 휴먼 스토리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쨌건, 그런 느낌이다. 나의 취향은... 러브시라던가, 크리스티라던가, 덱스터, 뭐 이런 류의 것들.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웃게 하는 게 더 좋다. 사람도, 책도. 이렇게 말하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를 책잡을 이유가 다시 없어지지만, 끙.

<백야행>이 좋은 이유는 인물 하나하나가 보다 정성스레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숫가 살인사건>의 인물들은 마치 종이인형같아서- 성에 차지 않는다. 이유는 알겠으나 연민을 느낄 수는 없다. 연민이 아니라 그 어떤 감정이라도- 느끼기 힘들단 말이다. 순스케 역시. 이건 내가 여자라서 하는 말인데, 기분 나쁘다, 이런 남자는. 니가 카이사르냐 이 자식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달려라 아비>를 읽는 중이다. '달려라, 아비'와 '노크하지 않는 집'을 읽었는데, 마음에 든다. 한국소설을 워낙 안 읽어서 좋다, 안 좋다를 가르는 건 무리일 것 같지만, 어쨌건 좋다. 한국 소설을 읽으면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감정이입한 게 얼마나 오랜만인가를 깨달았다. 아마 이 책은 머지 않아 굉장히 잘 팔려서, 결국은 식상해져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도 않고 멋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때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겠지.

단편집 중 단 두 개의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각각의 이야기를 권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젠체하는 우울이나 이유없는 냉소 같은 것은 하지 않고, 때로 상황을 담담하게 중계하고, 때로 동화처럼 '나'와 나를 둘러싼 상황을 희화화한다. 글을 쓰는 게 사랑스러운 재능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9페이지

나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나쁘면서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2페이지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16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