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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중간쯤까지 읽고 있는데, 퇴근하던 선배 m이 "이거, 재미있어?"하고 물었다.
"아니, 별로. 쉽게 읽히기는 하는데, 재미가 덜한데요. 읽고 h 선배한테 돌려드릴 거니까 그때 읽으시던가요."라는 게 내 대답이었다. 지금 다 읽었는데, -ㅅ- 그렇게 말할 만한 책은 아니라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든다.(퇴근 전에 m 선배에게 이 책 괜찮다고 메일을 보내놓아야겠;;;)
호숫가 별장에 네 쌍의 부부가 모인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들. 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합숙하는 중이다. 주인공 순스케는 의붓아들 때문에 이 곳을 방문했는데, 하필 그 곳을 내연의 부하직원 에리코가 찾아온다. 에리코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오라고 얘기하고, 순스케는 호텔로 그녀를 만나러 가지만 그녀가 오지 않자 다시 별장으로 돌아온다. 그 곳에서 순스케를 기다리는 것은 에리코의 시체. 순스케의 아내가 자신이 죽였다고 고백한다.
입시문제에 대한 책. 역시 결혼은 무서운 것이라는 결론. 일본의 입시상황이 정말 이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상황 뿐 아니라- 마약 얘기도. 아니면 내가 너무 시대에 뒤쳐졌나.
에리코의 시체를 유기하는데 네 가족이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찝찝한 그 이유가 밝혀지면서 책이 재미있어진다. 막판 반전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오랜만에(실로 오랜만에!) 반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읽은 책. 정말 끝부분에 다시 한번 있는 반전은 기분이 짠해지게 만든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찜찜한걸까. 잘 모르겠다, 미안하게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일본어로 읽은 것도 있고, <백야행>은 꽤 즐겁게 읽었고,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읽다 말았는데, 흠-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일단 마저 읽어야겠군. <비밀>도 괜찮다고는 생각했었는데, 딱히...
개인적으로 이렇게 휴먼 스토리스러운 추리물은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다. 휴먼 스토리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쨌건, 그런 느낌이다. 나의 취향은... 러브시라던가, 크리스티라던가, 덱스터, 뭐 이런 류의 것들.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웃게 하는 게 더 좋다. 사람도, 책도. 이렇게 말하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를 책잡을 이유가 다시 없어지지만, 끙.
<백야행>이 좋은 이유는 인물 하나하나가 보다 정성스레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숫가 살인사건>의 인물들은 마치 종이인형같아서- 성에 차지 않는다. 이유는 알겠으나 연민을 느낄 수는 없다. 연민이 아니라 그 어떤 감정이라도- 느끼기 힘들단 말이다. 순스케 역시. 이건 내가 여자라서 하는 말인데, 기분 나쁘다, 이런 남자는. 니가 카이사르냐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