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서 - 21세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분석하다!
사이토 미나코 지음, 김성민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취미는 독서>의 부제는 "21세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분석하다"이다. 저자가 1999년 7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3년여에 걸쳐 읽은 40여권의 베스트셀러에 관한 기록이다.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주위에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는 책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저자는 <월간백서>라는 책에 '백만인의 독서"라는 제목으로, 베스트셀러들을 읽고 분석한 글을 내 놓았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인데,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간의 베스트셀러 경시 풍조에 대해 글을 쓰고는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은 얼마나 드문가를 수치로 표현해놓은 부분은 약간 기가 질릴 정도다. 그 유명한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식으로 말해, 일본이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40명은 전혀 책을 읽지 않고, 20명은 읽어도 한달에 1권 이하다. 더군다나 여기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사람도, 한 권의 책을 여럿이 돌려가며 읽는 사람도 표함된다." 그나마 지하철에서 독서하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는 일본이 저 정도라니, 한국에서는 어떨지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다.

일단 짚고 넘어갈 것은, 이 책은 정말로 정말로 재미있다. 베스트셀러들에 대해 이렇게 이죽대는 책일 줄이야. (물론, 추천한 사람 블로그에서 대략 이런 분위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타깃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한 사람들에 대해 이 책은, 서문에서 그다지 좋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가는데,

"꼴불견은 자신의 병을 병인 줄 모르고 오히려 긍지로 여기는 무리이다. 특히 편집자, 작가, 평론가, 서평가, 신문사의 문화부 기자 등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특성이다. (중략) 다시 말하지만 책이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메이저급 '여가활동'이 아니라 하지 않는가." (과식형 독자, 혹은 독서 의존증 환자에 대해)

뭐, 서문에서 말하는 대로라면, 이 책은 "재미있는 책, 감동적인 책을 읽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진" 착한 독자들이 사 보는 베스트셀러들에 관한 책이다. "자신의 의식을 뿌리채 뒤엎는 책은 읽고 싶지 않고, 오랫동안 은근히 여운이 남는 무거운 책도 읽고 싶지 않"은 사람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그 착한 독자들이 사 보는 책들의 공식을 찾아내고, 공식이 얼마나 빈약하며 보잘것없는지를 알려 준다. 그런 대목들이 매우 재미있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밀리언셀러가 된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나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철도원>'과 '실제 <철도원>'. 공교롭게도 나 역시 한때는 전자였다가 후자를 알게 된 경우인데, 그 이유는 사이토 미나코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영화 포스터 때문이었다. 실제 <철도원>의 내용이 죽은 딸이 등장하는 괴담에 가깝다는 말을 한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한테는 즐거운 일이라곤 없었잖아. 나도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죽었고. 그래서."
흑흑. 이런 말은 죽은 딸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지. 살아있는 딸 녀석은 "이런 촌구석에 무슨 재미가 있어"라며 머리를 금발로 물들여 올 게 뻔하다.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동물점> 책과 의사과학책인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가 같은 선상에서 논의된다는 점은, 의사과학책을 -ㅅ- 그냥 믿어버리는 과학 멍청이인 내게는 꽤 의미있는 대목들이었다. 특히 미스터리 책을 좋아하는 내게, 미스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 필자가 씹어대는 <모방범>과 <영원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는 모 선배에게서 몇년 전에 빌려 읽은 책으로, 무려 3권이나 되는, 말하자면 <모방범>과 같은 위압감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유아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결국 성인이 되어서 파탄적인 성격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다룬다. 나는 이 책을 무척 좋아했지만 읽고도 찝찝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불쾌함은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면서 되살아났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아무리 추리가 좋고 스릴러가 좋아도, 어렸을 적 트라우마가 있다면 그 인간은 괴물-이라는 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혼한 집 애들이면 다 이성관계에 문제가 있나? 살인자 아이는 보통 사람보다 살의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은가? <영원의 아이>나 <크리미널 마인드>는 그런 가치관의 주입이 너무나 강해서, 마치 완벽한 가정을 꾸릴 수 없다면 애초에 아이 따위는 낳지 마시오- 만일 낳은 뒤 문제가 생기걸랑 아이를 죽이는 편이 낫소- 하는 식이다. 이 책이 충격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자, 사이토 미나코는 몇가지 가설을 제기한다.
1) 서평 규정 범인설: 미스터리계에서는 서평이나 신간 소개에서도 결말은 물론 줄거리를 밝히는 것이 '얘기 구조를 밝힌다' 하여 꺼리는 경향이 있다. (중략) 내용 소개가 금기라는 이유로 추상적인 호평만 하는 건 아닌지. :말이 아주 안된다고는 할 수 없다. 줄거리를 조금만 더 얘기해도, 이른바 도입부에서 한줄만 더 써도 "님아, 스포일러셈"식의 글이 올라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사실 결론까지 다 얘기하면 씹을 거리가 무궁무진해도, 초반만 언급할 수 있다면 서평을 쓰는 사람의 운신의 폭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2) 독자의 무지 범인설: 미스터리계는 바야흐로 마니아의 세계다. 미스터리만 읽는 중독환자가 미스터리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그들은 미스터리 이외의 책은 읽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이 있다. 당연히 어덜트 칠드런 책도 읽지 않을 뿐더러 그 개념이나 공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아닌지. :이 역시 말이 안되는 건 아니다. 미스터리 독자들 중 각계의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긴 하더라만(자기 분야 외의 책은 미스터리밖에 읽지 않는 변호사와 의사, 컴퓨터전문가는 본 기억이 있다.) 미스터리 마니아 중 전반적으로 책을 고르게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미스터리만 읽을 때는 다른 책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책을 많이 읽어도, 누가 누구를 죽이고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면 멍청하고 화제도 부족해진다. -ㅅ- 나와 비슷한 미스터리 마니아들을 목격한 경험으로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자기가 일하는 분야와 미스터리 책을 제외한 화제로 원만하게 대화할 줄 아는 미스터리 매니아는 드물다;;;)
여튼 이 저자는 미스터리 애독자들을 열통터지게 만들 말을 잔뜩 늘어놓고 나서 이런 농담을 던진다. "다만 아동 학대를 범죄의 동기에 이용하는 것은 탐탁치 않다. 또 하나 탐탁지 않은 건 상처 입은 마음이 숲 속에서 평온을 찾는다는 플롯. 순문학은 물론 몇 년 전부터 이런 유형이 넘쳐나고 있는데, 범인은 오에 겐자부로라고 해야 하나." (물론, 미스터리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영원의 아이> 팬으로서 변명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은 위의 지적에도 어느정도 동의하므로 여기서는 토를 달지 않겠다)

저자의 유머감각은 이어진다.
1. "아름다운 육체. 라파엘로의 나부 같은 수세기를 초월한 영겁의 미와 존엄성을 지니고 있었다" (<냉정과 열정사이-블루>)
라고 감탄하는데 피임은 했는지? 또 임신하면 어쩌려고. <냉정과 열정사이>가 아니라 <오한과 발열사이>로 제목을 바꾸면 어떨까.
2. <만족>도 사실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가슴 떨림도 긴장감, 모험감도 없다. 젊음이란 요소가 빠져있다. 저자가 40대 여성과 50대 남성 부부라서 당연하겠지만, 감퇴하는 체력과 성욕을 기교로 보강하려는 느낌이랄까. 때론 비애감마저 든다.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경기를 필사적으로 애무하고 있는 경제학자와 같다고 할지.

하루키의 <해변에 카프카>가 잘 팔린 이유에 대한 지적도 인상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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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스티븐 킹 특별 기자회견 in 런던

최근 스티븐 킹의 2006년 작 <셀>이 국내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킹은 또 한편의 새로운 작품 <리시 이야기>를 발표하였는데요. 지난 11월 9일 런던 외신기자협회(FPA)에서 열린 스티븐 킹의 특별 기자회견장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정리해 전합니다. (제공: 황금가지 출판사)

사회자: 따로 소개할 필요조차 없는 최고의 작가인 스티븐 킹은 마흔 권이 넘는 소설로 전 세계 독자들을 가슴 졸이게 했습니다. 킹 씨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자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킹 씨의 아주 특별한 새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바로 <리시 이야기(Lisey's Story)>입니다. 킹 씨의 새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공포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킹 씨의 새 책을 영국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지금부터 약 40분 동안 킹 씨가 기자 여러분의 질문에 답할 것입니다. 그럼 킹 씨에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스티븐 킹: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께서는 저를 아신 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습니다. 한때는 제가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거든요. 잠시, 아주 잠시뿐이었지만요. (웃음) 그 기록은 오래전에 깨졌습니다. 누가 새 기록을 세웠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물론 기록을 세운 본인은 알고 있겠지요. 지금의 저는 그냥 평범한 ‘글쟁이(writing guy)’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원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커다랗게 써 붙인 작가의 사인이나 시끌벅적한 분위기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리시 이야기>는 제게 매우 특별한, 뜻깊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가 지금껏 쓴 소설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국의 독자들께 제가 직접 책을 소개하고 싶었고, <셀(Cell)>(밀리언셀러클럽 51, 52)을 출간하여 큰 성공을 거둔 호더 출판사가 자리를 마련해 준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는 <자루 속의 뼈>를 출간했을 때 와 본 후로 오랜만에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영국 여행은 좋은 만남으로 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군요. 자, 이제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Q. <리시 이야기>가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공포가 아니라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인가요?

A.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단지... 가끔, 아주 특별한 작품이 나올 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나 할까요.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모든 작품이 자기 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가장 쓰기 힘든 작품에 가장 정성을 쏟게 마련이지요. 때로는 그 작품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그건 마치 장애를 지닌 아이를 정성껏 보살피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쓴 책들 가운데 어느 것이 그런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하지만 가끔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정말로, 정말로 특별한 작품이 될 거라는 예감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글을 쓰려고 앉아 있는데 책 속의 이야기가 제 정신의 모든 방을 완전히 차지하고, 이야기 속의 언어가 머릿속에 떠올라 점점 더 뚜렷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지요.

<리시 이야기>는 어쩌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책의 첫 문장은 좀 우울합니다.
“너무 유명한 사람의 배우자는 대중의 눈으로 보면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유명 인사들을 보면 실제로 그렇거든요. 아, 정치인의 경우는 좀 다르지요. 로라 부시 같은 사람은 꽤 유명하니까요. 남편을 위해 열심히 선거 운동을 했고, 실제로 남편이 당선되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배우자도 꽤 유명한데 그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유명해진 거고요. (웃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남편도 유명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유명인의 배우자를 주목하려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어요. 주목받지 않는 사람이 주목받는 사람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살아갈 힘을 주는지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아내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스티븐슨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원고를 이틀 만에 뚝딱 써 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아내에게 원고를 보여 줬습니다. 사실 저도 원고를 완성하면 제일 먼저 제 아내에게 보여 줍니다만, 스티븐슨의 아내는 원고를 읽고 겁에 질려 굉장한 악평을 했다는군요. 아예 불쏘시개로 던져 버리라고 했대요. 스티븐슨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했답니다. (웃음) 그러고는 원고를 완전히 다시 썼지요.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읽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입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스티븐슨의 걸작이 불쏘시개가 되었다니 아깝군.”이라고 말하지만... 글쎄요, 불쏘시개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웃음)

어쨌든, <리시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남편인 스콧 랜던은 매우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는 도서관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광적인 팬의 총에 쓰러지고 말죠.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자기 목숨을 챙기려고 도망가기에 바쁜 와중에 오직 그의 아내인 리시만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그녀만은 남편을 구하러 달려옵니다. 이 장면을 그려 보면 리시는 오직 하나뿐인 구원입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그늘에 묻히고, 단 하나의 구원만이 빛납니다. 리시이지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그녀 말입니다. 이런 생각이 제 머릿속에 떠올라 하루하루 더 또렷해졌고, 리시와 랭던의 깊은 사랑은 제 안에서 나날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쓰는 것이 최고의 작품이 될지 어떨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멋지디 멋진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것을 쓸 뿐입니다. 작가뿐만 아니라 기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보면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간밤의 숙취로 정신이 혼미한 지경이라고 해도 쓸 수밖에 없지요. 그것이 바로 ‘쓰는 일’의 본질입니다. 이번에는 그 일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지만요.

Q. 킹 씨는 그동안 수많은 공포 소설을 써서 유명해지셨는데요, 정작 킹 씨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건 뭔가요? 또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요?

A. 어제까지는... 조지 W. 부시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폭소) 아니, 정말이에요. 진짜로. 어제 미국에서 중간 선거가 있었는데, 그 사람 코가 아주 납작해졌더군요. 또 어제 저녁에 출판사 파티에 갔다가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들어 보니 럼즈펠트 장관이 경질되었다고 하던데, 그 얘기를 들으니 문득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습니다. “마녀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였던가요? (웃음)

사실 부시 개인을 미워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토록 강대한 군산복합체를 통제하는 힘이 그토록 유별난 신앙과 결합하여 유치한 감성을 지닌 사람에게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혐오하는 거지요. 그건 정말로 두렵습니다. 미국인들이 그러한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싫습니다. 2000년도 대선에서 600표나 적게 획득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말이지요...
제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죽음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 말입니다.

Q. <리시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아내인데요. 킹 씨 자신의 현실에서 소재를 찾은 것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책에서 킹 씨 자신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A. 당연히 나올 만한 질문입니다. 저는 작품을 책으로 출간하기 전에 꼭 아내에게 보여 주고 의견을 듣습니다. 평소에는 아내가 좋은 의견을 들려 주는데, 이번에는 그러더군요.
“스티브, 이 원고는 출간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이 당신은 스콧이고 나는 리시라고 오해하겠어요.”
기록을 위해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스콧이 아니고 아내는 리시가 아닙니다.

책을 읽다보면 스콧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일 제가 스콧이라면 저는 이 책에서 제가 저지른 범죄들을 고백하는 셈이 되는데, 전 그러지 않았거든요. 또 리시는 고졸 학력에 아이가 없는 여성이지만, 제 아내는 대학을 나와서 아이를 셋 낳았고 소설을 여섯 권이나 썼습니다. 저는 아내가 풍부한 교양과 풍요로운 정신 세계를 가진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콧과 제가 닮은 점이 있다면, 똑같은 서재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책에 나오는 스콧의 서재는 제가 글을 쓰는 방과 아주 똑같아요. 여기저기 어지럽게 쌓인 책과 원고들, 책상, 양탄자, 모두 그대로입니다. 5년 전에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서재를 싹 치워놨더군요. 가구도 치우고 양탄자도 걷어내 버렸어요. 맨바닥을 드러낸 서재에 들어갔더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소리가 울렸는데, 예전에 어머니 댁을 치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에 동생과 함께 집을 청소할 때에도 그런 소리가 났었지요. 내가 죽으면 아내도 이 서재를 정리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10년 후가 될지, 아니면 12년, 15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Q. <리시 스토리>는 매우 감성적인 소설인데, 킹 씨가 이제까지 써 왔던 스릴러 소설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A. 제가 이제껏 쓴 책들은 모두 감성적이었습니다. 저의 관심사가 바로 독자의 감성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이거든요. 저는 독서가 반드시 지적 유희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헨리 제임스나 이디스 와튼의 지적인 작품을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성적인 작품을 주로 읽고 감성적인 작품만을 씁니다. 무엇보다 제 안에서 나온 것만을 쓰려고 하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의 감정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를 호러 작가라고 부릅니다. 저는 ‘호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거부한 적은 없지만 순순히 인정한 적도 없지요. 단지 호러 장르가 유행했기 때문에 호러 작가라고 불렸을 뿐, 저는 다만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바로 독자들의 감정을 공격하고 놀래키는 일 말입니다.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게 만드는 것, 불 위에 올려놓은 저녁밥을 홀랑 태우게 만드는 것, 런던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뉴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직업입니다. (웃음)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고요. 만약 독자가 제 소설을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때 침대 밑에 뭔가 있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면, 대성공입니다.

하지만 저는 독자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것만큼 웃게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리시 이야기>에서처럼 독자들에게 슬픔을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독자들은 이 책에서 깊은 슬픔과 따뜻한 유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감성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머릿속, 제 마음속, 제 경험속이지요.

Q. 첫 장편인 <캐리>(스티븐 킹 걸작선 1)를 출간할 때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쓰레기통에 처박힌 원고를 아내인 태비사가 건져내서 출판사에 보내게 되었다면서요?

A. 아내는 제 책의 첫 번째 서평자이자 충실한 조언자입니다. 이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만... 사실 <캐리>를 쓸 때 편집자가 작품의 결말에 불평을 제기했습니다. 졸업 무도회 장면에 뭔가 대재앙 같은 게 필요하다고 했죠. 제 본래 의도는 무도회에 가서 돼지피를 뒤집어쓴 캐리가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가는 거였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더군요. 캐리가 복수하는 장면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캐리의 초능력으로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을 다 결딴내는 걸로 가자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런데 아내가 체육관 천장의 파이프를 터뜨려서 물을 뿌리고 감전시키는 건 어떠냐고 하더군요. 정말 천재적인 생각이었지요.

사실 편집자나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원고를 보여주면 칭찬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와우, 이건 정말 멋진데요!’라거나 ‘제가 읽은 소설 중에 최고예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성서보다 훨씬 잘 썼군요!’ 같은 소리만 하죠. 그러고 나서 꼭 한다는 말이 ‘그런데 한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말이죠... 아니, 진짜 한두 가지예요.’ 그 다음에 열두 쪽짜리 수정 제안서가 날아옵니다. (웃음)
하지만 아내는 그러지 않습니다. 최고의 비평가예요.

Q. 부부 금슬이 아주 좋으신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만, 성공적인 결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 반드시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일부일처제를 믿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을 믿지요. 사랑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올해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셨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책을 빨리, 많이 쓰시죠?

A. 전 유난히 두꺼운 책을 많이 썼습니다. (웃음) 왜냐하면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게 즐겁기 때문입니다. 전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해요. 책을 많이 쓴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올해 초에 발표한 <셀>은 5년 전에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호텔 앞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여인을 보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요. ‘만일 저 여자가 휴대폰으로 이상한 신호를 받고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누가 쓰러뜨릴 때까지 계속 죽인다면?’ 사실 꽤 예쁜 여성이었는데 말입니다. 세련된 모습이 미국 사람이 아니라 꼭 유럽 사람 같았어요. 매니큐어도 아주 예쁘게 발랐고... 그런 여자가 갑자기 휴대폰 때문에 미쳐 날뛴다면 누가 믿겠냔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그런 꼴을 당해도 싸다고 봐요. 전 휴대폰을 정말, 정말 싫어하거든요. (웃음) 실제로 전 휴대폰이 없습니다. 왜 없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해요. ‘당신이 휴대폰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휴대폰이 당신을 소유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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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소년 5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불가사의한 소년>은 꽤 특이한 단편연작이다. 등장인물들처럼 나도, 처음 한동안 "이 소년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은 "이 소년이 이 사건들에 왜 개입했지? 무슨 의미일까?"를 궁금해했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가 아니었다'.

벌써 5권째라는게 믿기지 않지만, 여튼 이번에도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앞에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과의 만남은 인생을 바꾸게 만들곤 하는데, 소년이 뭔가 힘을 가져서가 아니라 소년이 인간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야말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특히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그 자신만큼 힘을 가진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인간이 결심한다면- "일생동안에 한 번은, 불가사의한 소년을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줄거웠던 날들은 언젠가 지나가버린다. 하지만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을 선택하지 않고, 비참해지는 법도 없다.

ps. <루키 이스카리오테>는 어딘가 <20세기 소년>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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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원 전쟁 2 - 완결
마츠모토 토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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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멋진 순정만화에는 꽃미남이나 동일시가능한 여주인공보다, 두근거림이 꼭 필요합니다.

<키스>의 마츠모토 토모는 순정만화다운 두근거림을 참 잘 그려내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점이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만 길어지면 흐트러진다는 점입니다.

<영어학원전쟁>은 달랑 2권으로 끝나버린 만화인데요,

영어학원에 다니는 여고생 키코와, 영어학원의 강사로 일하는 이슈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키코는 영어를 못하고, 이슈는 일본어를 못합니다. 사실, 사랑이야기라기엔 너무 아무 일도 없어요.

하지만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사랑에.

<영어학원전쟁>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이랄까, 고개를 끄덕인 대목은,

이슈가 키코에게 키스하자 키코가 혼란에 빠지는 대목입니다. "괜히 의미도 없이 이런 짓 하지 마!"

-ㅅ- 동서양의 애정표현방식 차이 때문에, 서양애를 사귀는 사람들은 쉽게 저런 상황에 빠지는 듯.

괜히 혼자 두근거리는 거야말로 가장 쪽팔리는 일이니까- 저렇게 말하게 되는 거죠. 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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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15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다용도BOX, 캐릭터북, 코믹 메모지가 들어있는 특별판으로 구입했습니다.

다용도 박스와 코믹 메모지라는 것은 정말 매니아가 아니라면 피식 웃고 말 것이지만;;;

약간 기뻐하고 말았습니다. (웃음)

15권에서는 노다메의 첫 리사이틀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말로 섬에 있는 성에서 말이지요.

이제 보니 치아키님은 꽤 로맨틱해졌고, 노다메의 천방지축은, 음악에 관해서라면 약간 잔잔하게 잦아든 듯.

ps. 일본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보고 계신지?

어쩐지 <궁>의 주지훈마냥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마키 히로시도;;;

연기 못 하는 걸로 인기끌게 되는 것일까 싶습니다.

(치아키를 연기할 실존인물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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