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베르님께는 죄송하지만, 딱히 베르베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환상이 적었던 독자인 나는, <파피용>을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픽 노블을 소설로 읽는 것 같은 느낌, 그림과 글 모두 메시지가 있고, 계속 생각해가면서 상상해가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이었으니까.

이브 크라메르는 항공 우주국 소속의 엔지니어다. 그는 최고의 요트선수인 엘리자베트 말로리를 차로 치는 사고를 내고, 그녀는 하반신 불수가 된다. 그 일로 두 사람의 인생이 짓밟혔다. 휴직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이브는 빛에 이끌리는 나방을 보고 ‘태양 범선’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태양 범선’은 일반 로켓이 아니라 별빛을 추진 동력으로 이용하는 우주 범선인데, 항공우주국에서 버린 아이디어를 억만장자 맥 나마라가 채택해 돈을 댄다.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맥 나마라의 권력과 이브의 꿈이 결합해 ‘마지막 희망’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이 범선의 이름은 ‘나비’라는 뜻의 ‘빠삐용’으로 정해진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 우주 범선이 사실상 우주판 ‘노아의 방주’라는 것. 그리고 1200년간 새로운 지구를 찾아 14만 4천명이 시속 200만 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젝트로 완성된다. 

아득한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득한 우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많은 삶이 시들고 어떤 삶은 시작된다. 게다가 책 자체도 멋지게 만들어져서, 몇 번쯤은 더 펼쳐보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단편집은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되어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린데다 전체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연작 단편집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사내보에 매달 실린 12편의 단편들과 그 이야기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각 작품의 편차가 좀 있는 편이라 실망도 하고 즐거워도 하다 보면... 나중에 깜짝 놀라게 된다.

다 읽고 나서 오싹한 기분을 참을 수 없어 집 문단속을 했을 정도. 약간 빈약한 이야기도 있기는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런 오싹한 여운을 남긴다면, 충분히 읽을 가치가, 그리고 남에게 권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스 헤이번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대니얼 클로즈 글.그림, 박중서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원작인 <고스트 월드>와 동시에 한국에 출간된 <아이스 헤이번>은 대니얼 클로즈 특유의 언더그라운드 정서, 그리고 기이한 유머감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이스 헤이번>은 “아마도 만화는 글이라는 내면과 이미지의 물성을 동시에 포용함으로써, 인간 의식의 진정한 본성은 물론이고 개인의 자기규정과 물질적인 ‘현실’ 간의 갈등을 보다 근접하고 모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그래픽 노블이라는 말과 만화라는 말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대니얼 클로스의 일종의 선언으로 들린다. 이 책에는 <고스트 월드>에서 느낄 수 있었던 외로움의 정서가 <아이스 헤이번>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우울하게 생긴 어느 꼬마의 실종사건이 벌어지는 게 발단이라면 발단이지만, <아이스 헤이번>은 실종 사건의 해결보다는 실종 기간동안 그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를(사실 별 일이 없었다) 덤덤하게 그려낸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중간에서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이유는 삶이 해피엔딩이나 누군가의 죽음 같은 일로 싹뚝 끊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 온 이야기보다 앞으로 해 가야 할 이야기들이 더 많은데, 대니얼 클로스는 등장 인물들의 삶 한 토막을 잘라내 한 곳에 모은다. 각 이야기들이 서로 어떤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지보다는 그 각각의 이야기들이 주는 서늘한 뒷맛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닮아있나를 생각해 보는 게 <아이스 헤이번>을 즐기는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기도연대 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교고쿠도 시리즈를 맹렬하게, 온 힘을 다해 좋아한다.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시리즈(특히 뒤로 갈수록 더하다)기는 한데, 나는 교고쿠도의 장광설도, 세키구치의 불쌍한 척도, 기바 나리의 우직함도 다 즐겁다. 그 중 누구를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보느냐 하면... 에노키즈다.

장미십자탐정사무소의 에노키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폭주가 이 책의 중심 이야기 중 하나니까. 다만, 에노키즈의 특이한 능력, 즉 남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딱히 사건 해결을 잘해서 좋은 게 아니라 너무 제멋대로 날뛰어서 좋다. 3일 밤을 새고 나가 떨어질 정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이 책을 봤는데, 이 두꺼운 책을 한 번에 다 읽었는데다 꽤 여러번 웃었다. 이렇게 미친 인간이라면 한번쯤 만나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자인 '나'가 왜 그렇게 에노키즈 주위를 서성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 (웃음) 나라도 그럴 것 같다. 일단 훤칠하니 잘생긴 외모 때문에 자꾸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라는데 호기심이 생기니 정말인가 확인하고 싶지 않을 수 없고, '나는 신이다' '우리 아버지는 바보' 류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의 연속을 들으면서 낄낄대고 싶지 않을 수 없다.

웃기고 해괴한 추리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기를. 음, 이걸 추리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오사다 사치코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한 곳은 일본이다. 몇 번을 가도 지겨운 줄 모르겠고, 약간 말도 통하며, 시차가 없고, 가깝다. 몇 번 반복해 가다 보니 관광지에는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좀 더 일본 사람들에 밀착한 체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중 하나가 차 문화였다.

몇년 전 한 여름에 교토 여행을 할 때, 들어가는 식당에서 내 오는 공짜 냉차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이건 무슨 차인가요?"라고 몇 번을 물어봤는데, 다 너무 흔한 차였다. 아마도, 차를 우리는 방식의 차이였던 모양.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는 그런 일본 차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해 준다. 책의 만듦새가 조금 더 세련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궁금했던 점들을 아는 데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느 지방에 가면 어떤 차가 좋은지, 어떤 찻집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차를 시켜 마시면 되고 어떤 음식을 같이 시켜 먹으면 되는지. 옆 테이블을 흘끗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음에 일본에 갈 때는 이 책에서 소개한 집들을 들러 봐야겠다. 그러고 나면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