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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ㅣ 한나 스웬슨 시리즈 1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밤에 잠이 안 와서 새벽 2시에 벌떡 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4시 반쯤에 다 읽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추리물의 하위장르마다 소비되는 방식이 다를텐데, 결과적으로는 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빠른 시간 내에 집중해 읽을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흑사관 살인사건>같이 지적 우월함으로 밀고 나가는 작품이 아니면 금새 흥미를 가지고 빠져드는 편이다.
코지 미스터리물의 매력은 수다에 있다. 일상성에도 있고. -ㅅ- 아줌마 작가들이 활개칠 수 있는 장르. 글로 수다를 떤다. 실제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에 뛰어들고 해결해가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략과 전술이 있기 보다는 약간의 무모함과 설레발, 오지랖 넓음으로 산만하게 사건으로 뛰어들어가는 형국이다.
너무 사소하게 시작하다보니, 처음에는 좀 답답하다. (답답하다아아아아!) 누가 아침에 어디 가서 누구랑 수다를 떨고, 누가 어째서 짜증나고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건이 일어나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단 그 부산스러움에 적응이 되면 빠져들기는 쉽다. 이를테면, 동네 목욕탕 아줌마들의 수다를 들으면서 "아, 시끄러" 하다가 어느 순간 아줌마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그래봐야 어느 집 누가 어떻게 되었다더라- 는 얘기들, 게다가 나는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 일 뿐이지만)에 빠져들어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식이다. 실제로 사건도 그렇게 접근해간다!
책을 읽다가 진짜 웃겼던 건 뭐냐면, 내가 어느 순간부터 한나의 극성스런 중매쟁이 엄마의 시점에서 동일시를 하고 있더라는 사실이다;;;;;; (아아, 어째서!) 그래서 한나에게 남자가 나타나면 "잡아!" 라던가 "사귀라구!"라던가 "자!"라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나 할까. 아하하;;; 아줌마 수다라고는 했지만 한나는 아직 미혼이고, 그녀의 결혼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은 엄마를 두고 있다. 당연히, 책은 한나의 로맨스 라인에도 관심을 갖는다.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층과도 관련이 있는 설정일 것이다) 엄마가 맺어주려고 했던 치과 의사 노먼을 (일단 무작정) 싫어하던 한나는, 무려 노먼이 드릴로 이빨을 뚫어버리는 식의 악몽까지 꾸는데, 알고 보니 노먼이 꽤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머 감각도 있고 말이지. 그런데 중반에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아하하하하;;;; 잘 안 풀리던 혼기 지난 여자(그렇다고 나이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에게 갑자기, 누가 봐도 매력적인 남자 둘이 떡하니 나타난다는 설정은 정말- 너무 판타지스럽지 아니한가. 작가 Q&A를 보니까, 시리즈가 꽤 진행되도록 한나는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듯. 노먼은 모범적으로 매력적인 타입이고, 마이크는 사연 많지만 나이스한 섹시남 스타일이라- 둘 다 좋아하는 걸 이해할 수 밖에 없을 듯.
추리소설로 보면, 아마추어 탐정이 좌충우돌하며 사건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천재적 두뇌 따위와 관련이 없으니 애초에 우왕좌왕하는 것. 생명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설레발치는 것도 있고, TV 속 과학수사 따라한다고 얼빵한 짓 하는 것도 있고. 시리즈 후속 책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조앤 플루크는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한나 스벤슨 시리즈를 꾸준히 써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주인공 한나가 '쿠키단지'라는 쿠키가게를 운영하는데, 그래서 온갖 쿠키 메뉴가 시리즈의 제목이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살인사건> <블루베리 머핀 살인사건> <레몬 머렝게 파이 살인사건> 하는 식으로. 작가 홈페이지를 보면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홈페이지 주소가 murder she baked 닷컴으로, murder she wrote의 패러디인데, 그 또한 어울리지 않는가. 아하하하;;;
미국판 표지.

일본판 표지
헝가리어판 표지
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