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벽 -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박신양과 철학자 김동훈의 그림 이야기
박신양.김동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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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면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 그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은 방송을 통해 알고는 있었다. 전시회도 열었다고 하는 소식도 접했었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다. 미술에 문외한이라 볼 줄 모른다는 이유가 컸을 것이다. 그러다 좋은 기회에 박신양 작가로서의 그림과 해설을 읽게 되었다.

표지부터 인상적이었다. 고흐의 자화상이 바로 떠올랐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박신양 작가만의 독특한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종이 팔레트> 시리즈가 인상 깊었다. 종이를 팔레트 삼아 물감을 짜고 그림을 그리며 여러 번 붓으로 인해 흐트러진 의도하지 않은 모습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닮은듯했다. 의도한 대로, 다짐한 대로 인생은 흘러가지 않는다. 무수한 우연히 겹쳐진다. 그것이 한 장의 종이 위에 그려졌다.

책에서도, 북토크에서도 이야기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시네도슨트 북토크로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으로 본 그림은 책, TV, 모니터로 보는 것과도 달랐고 미술관에서 보는 것과도 다르게 보였다.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에 압도(?) 되는 것 같았다.

책의 제목이 왜 <제4의 벽>일까 궁금은 했는데 안현배 작가의 설명으로 이해를 하게 되었다.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관객과의 사이에 있는 벽으로 '제4의 벽을 통한 배우와 관객 사이의 상상 속의 거래'라고 표현하였다. <상상 속의 거래>라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의도를 관람하는 이가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림이라는 제4의 벽을 통해 작가와 관객은 소통한다. 그림을 읽으며 관객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며 서로 각자의 상상의 세계 속을 헤엄친다. 그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에 문외한이라 해도 본 대로 느낀 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미술관 방문을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아도 되겠다.

안현배 작가의 도슨트 중에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알만한 독일 작가들이 있나 하는 물음에 선 듯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미술사의 주류에 있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가장 빛났던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후 였다. 자신의 나라가 일으킨 참혹한 전쟁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린 것이 이유이다. 멍하니 듣다가 작가들의 이름을 메모하지 못해서 독일 작가들을 폭풍 검색한 것은 안 비밀이다.

5월 말 부산에서도 시네도슨트 북토크가 또 있다고 한다. 꼭 가보시길 권해본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아~ 필기할 준비는 꼭 하시길 바란다.

[민음사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시네도슨트 북토크 입장권을 지원받아 쓴 리뷰이나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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