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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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문득 <지금 최선을 다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3월 초부터 재활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작년에도 하던 운동이라 겨울 3개월을 쉬었다 하는 거라도 별로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일상의 루틴이 아주 조금 바뀐 것만으로 힘이 들어 모든 것이 흩틀어져버렸다. 몇 주 전에 읽었던 책의 서평을 이제야 쓰게 되었다. 책 내용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중간중간 붙여놓은 인덱스를 중심을 훑어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오늘도 역시 몸은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왜 이 책의 서평을 쓰려 책상 앞에 앉았을까 하는 의문이 풀렸다. 나와는 달리 늘 한결같은 일상을 살아간 에밀리 디킨스의 삶이 아침에 갑자기 찾아온 생각에 영향을 준듯하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뒤흔들 정도인 아버지의 죽음과 사랑하던 조카의 죽음 등의 일들을 겪어도 흐트러짐 없이 일상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아픔을 시에 담으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다른 전기와는 달리 글은 에밀리 디킨스의 삶을 순서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짧게 짧게 이어지는 에피소드에는 온전히 크리스티앙 보뱅이 느낀 대로 적어나갔다. <그 연주회 이후 결정적으로 그녀는 글쓰기의 금광맥 속으로 들어간다. P65>처럼 여러 문장들에서 한 편의 긴 산문시를 읽는 것 같았다.


문장 문장의 표현들이 머라 표현해야 할지... 감미롭다? 깔끔하다? 간결하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 글을 쓴다. 하느님이 선을 베푸신듯, 조용하고도 은밀한 방식으로. P119>등 완성되지 않은 문장들이 자주 나열되어 그 끝의 여운을 독자에게 넘기는 듯하다.


장영희 교수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샘터>에서 <그녀의 시들은 난해해서 때로는 마치 풀 수 없는 암호문 같다. 게으른 나는 그래서 암호문을 푸는 것처럼 분석하며 읽는 시보다 그녀의 '쉬운'시들을 좋아한다. -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샘터>라고 하였다. 그래서 더욱더 궁금해져 서점 리뷰 등을 찾아보니 어렵다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에밀리 디킨스이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문득 기억이 떠올라 이 책에서는 혹시나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있을까 하였지만 극히 일부만 인용하고 있어 아쉬워 시집 몇 권을 검색해 주문하였다. 그녀의 시는 어떻게 다가올까 하는 기대감에 책이 기다려진다.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빨리 피고 졌다. 아쉬운 마음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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