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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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타인>이라는 단어에서 친밀함을 규정하는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문장을 배울 때에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은 경험을 쌓이게 한다. 이제는 이해하는 것을 넘어 공감하게 되었다.


장례식장이라는 공간과 몇 시간이라는 제한적 상황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한 권의 짧은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여러 타인과의 관계와 그로 인한 상실감 혹은 만족감 등이 밀도 높게 담겨있다.


<기차를 타고 여행 가고 싶어서 매표소 직원이 되었다. P26>는 '나'는 매표소 작은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집을 나선 다는 것은 목적지가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삶에 목적지를 알고 제대로 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래가 보고 싶어 CCTV 달았다는 구. 미래를 돌보는 '나'의 모습이 구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한다. 매일 거울로 자신을 보지만 타인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그리고 의식하고 신경을 쓴다. 왜? 라는 물음이 문득 들었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만약 세상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나'는 존재하는 것일까? 타인과 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작가는 <기억을 온전한 미래로 만들고 싶었다. P37>에서 미래에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이 문장에서 제목이 가지는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알게 된 의미가 작가가 담고자 하는 의미와 같은 것일지는 모르지만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읽은 이의 것이니 마음대로 의미를 붙여본다.



<집>은 돌아갈 곳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어머니와 생활하다 대학에 입학여 올라온 서울에 올라온다. 그러나 지낼 곳을 찾지 못해 고시원, 기숙사 등을 전전하다 식당의 작은 창고방에서 지낸다. 어느 날 '나'에게 집이 생겼다.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아는 언니의 SNS 메시지를 재빨리 낚아챘어 그곳에 살게 된다. 언니와 민이 나, 세 사람들의 동거는 그럭저럭이다. 평소에는 불이 켜지면 도망가는 바퀴벌레처럼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 하지만 가끔 함께 맥주를 마시고 삼겹살도 구워 먹는다.


<나는 옥탑방을 낚아챘다.>는 옥탑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모두 여유도 없이 숨 가쁜 게 살아간다. 청소는 언제 했는지 여기저기 먼지가 폴폴 날린다. 그럼에도 <집>이다.


나는 역할이 싫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나로 살고 싶었다.  

 P68


타인과의 연결고리로 모두 제거하고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던 '나'는 집 보증금 문제로 언니와 민이 함께 고민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를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해결해 나가다 보면 공감대가 생긴다. 같은 것을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 관계를 가지게 된다.


두 작품 모두 타인과 관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 관계들로 인해 변해가는 심리묘사와 주인공들의 미래에 대한 태도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헤매고 있는 분들에 권하고 싶다. 많은 질문들과 그 질문들에 대답을 찾아가는 길은 약간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것이다. 삶의 목적지로 가는 정확한 내비게이션은 항상 업데이트되기에 누구도 <미래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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