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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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들여다본  화물창에 퇴역 등부표가 누워 있었다.

 부표 P33

 

쓸모없는 해조류 담치가 잔뜩 붙어 있으며 지저분하고 쓸만한 장비도 다 빼낸 <낡은 빨간 등부표>는 항구에 도착하면 세척 후 도색을 거쳐 재사용된다. 인생도 그렇게 리셋이 가능하다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순간의 시간은 지나면 사라진다. 권력자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어째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일확천금을 노리는 '아버지'는 왜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을까? 적지 않은 돈을 벌어서 아내에게, 아들들에게 '보여주기'만 하는 그의 심리상태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돈을 벌러 갔다 집에 돌아오며 늘 끼는 '아버지'의 선글라스는 자신을 지키는 방어막이었을까? 부끄러움을 가리는 은폐막이었을까?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는 얼마만큼의 무게일까? 절대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이다.

 


광해, 인조반정, 정여립 등등 실존 인물과 Fiction(픽션)인 역사의 나열들에 깜박 속을뻔하였다. nonfiction(논픽션)인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전-傳> '전할 전'이라 뜻이다. 무엇을 전하는 것일까? 세상의 부조리함은 옛날 옛적 먼 과거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백성들이 진다. 무영이 원한 것은 「대동」. 순박하고 원초적이 이상적이 사회를, 자신과 가족들이 배고프지 않은 삶을 원한 것뿐이다.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무언가를 요구할 때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야 하는 것일까? 논픽션임에도 픽션 같은 이유는 되풀이되는 역사가 닮은 꼴이어서일 것이다.

 

두 편 모두 죽음을 이야기하며 시선은 삶에 두고 있는 독특한 글이다. 부표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전(傳)에서는 시방과 곽재우의 죽음을 바라본다. 그들의 죽음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할까? 죽음이 삶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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