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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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으로 아프신 할머니의 김장을 돕기 위해 아무 데도 안 가는 잉여인간인 '나'와 동생이 시골집으로 내려간다. 할머니 집의 사랑방에는 옛날 앨범, 지난 만화잡지, 편지 등의 물건이 쌓여 있다. 모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다. '나'는 어릴 때 외삼촌의 만화잡지를 몰래 보던 것을 기억해 낸다. 할머니는 김장을 담근 후 작년 김장으로 만두소를 만들어 빗는다.


음식을 나누고 함께 먹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음식을 먹으며 조용히 먹기보다는 대화를 나누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렇게 연결 고리가 생기게 된다. 할머니에서 엄마, 그리고 '나'와 동생으로 이어져 오는 연대의 끈은 회사고 가게고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는 불안한 청춘이지만 어둠을 향해 걸어가는 시골 밤길을 걸어도 무섭지 않게 한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에도 불구하고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미성숙한 청춘들의 세계 속에도 꿈은 있다. 무엇을 찾아가고 있는지 방향을 알지 못하고 나아가는 이들이라도 꿈속에서는 무언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새로이 시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며 성숙을 향해 가고 있다고 길 잃은 청년들을 대신해 변명해 본다. 그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 궤도를 찾아가지 않을까?


엄마는 어린아이일 때의 딸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꿈도 꾼다고 한다. 시간은 매 순간 사라져가며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사라져 잊힌 시간들에 대한 미련일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후회일까? 무엇이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꿈꾸게 하는 것일까? 엄마 자신 또한 어린 날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1년하고 한두 달 뒤에 마지막 김장 김치로 음식을 하였다. 몇 년 전이라 무슨 음식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김치찌개이지 않았을까? 통 속에 조금 남은 김장 김치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땐 내가 힘들어서. 내 딸이 우는 줄도 모르고. P34>라는 할머니의 말이 가슴 밑바닥을 치는 것은 어느새 엄마를 이해할 정도로 든 나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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