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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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의 얇은 책이라 부담이 없겠다 하여 선택했는데 아니었다. 첫 책부터 작품이 묵직하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책에 담긴 글자들이 진짜 살아서 덮치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


길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기에 한밤중에 깨어 노란 고양이 눈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옆에 신랑도 있고 다른 가족이 있으며 친숙한 고양이가 아닌 그림 속의 파란 고양이의 눈과 혼자 있는 공간에서 깜깜한 한밤중에 마주친다면 순간 머리가 쭈뼛할 것 같다.


「검은 고양이」의 작중 화자인 '나'는 우연히 청계천 벼룩시장에서 노인에게서 고양이 그림을 사게 된다. 뒷면에 연필로 '一九四一年'이라 적혀있다. 그리고 우연히 아파트 복도에서 새벽마다 운다는 검은 고양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래도 '나'는 별생각 없이 지난다. 그러다 액자 속에서 주소 하나가 발견된다. 50여 년이 세월 동안 그림에는 어떤 역사가 스몄을까?


고양이 그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의 항일운동으로 이어진다. 휙휙 바뀌는 소재 전환의 연결이 너무 자연스러워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실제 당시 광주에는 항일운동을 하였다는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허구는 교묘히 교차하며 진실인 마냥 느껴진다.


「쥐의 미로」 소재인 CCTV는 지금 우리 일상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어 무감해진지 오래이다. 거리, 지하철, 카페, 음식점 등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것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그것을 통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있다면?이라고 상상을 해본다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들까? 공포, 끔찍함, 분노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것이다. 「쥐의 미로」 속 김 부장의 모습에서 주인공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시간강사였던 주인공은 친구에게 좋은 보수의 일을 소개받는다. 처음에는 CCTV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일종의 '훔쳐보기'의 즐거움으로 재미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 그 일을 반복하며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매일같이 똑같이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까?


두 작품 모두 작품 속에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한다. 「검은 고양이」에서는 고양이를, 「쥐의 미로」에서는 쥐를. 환영의 매개체가 서로의 앙숙이다. 재미난 우연으로 두 작풍이 묶였다. 모두 독특한 소재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는데 권태기가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자극이 될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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