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분위기를, 패전 후 일본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세계 경제대국 2위까지 올라갔던 일본의 패망은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에 느껴지는 허탈감, 박탈감 등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섞인 무력감이 일본 전체를 누르고 있던 시기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술과 마약 등에 빠져 한탄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행복>은 인간이 살아가며 끊임없이 원하는 것이다. 나의 행복, 가족의 행복, 타인의 행복. 그것들이 좌절되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까?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비참함일 것이다. <비참한 인간들이 너무 많아. 재수 없지?>라는 우에하라의 말에 가즈꼬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난 지금 행복해요.>라 한다. 가즈꼬가 원하는 행복은 사랑이었을까? 원하는 사랑이 영원하지 못하고 불안한 것인데도 그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우에하라의 모습이 당시의 일본을 말한다면 가즈꼬를 통해서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나는 내 혁명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 시절 지쳐 쓰러져 절망감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다자이 오사무가 보내는 응원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뒤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쉬움도 있었지만 내일에 대한 기대감도 일었다. 당시 책의 표지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예출판사에서 선택한 표지와 사양이라는 제목과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잘 매치되어 더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 같다.
사양은 초판본이 만여 부나 판매될 정도로 다자이 오사무가 살아있을 당시 그의 최고 인기작이라 하니 그를 좋아하고 작품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