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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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인물 나다니엘에게 건네는 이야기로 시, 일기, 여행 기록, 허구적 대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되어 산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알게 된 지혜들이 담겨 있다.


순간들! 미르틸, 너는 순간순간마다

지금-여기 있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삶의 매 순간은 본질적으로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상과 양식 P92


책은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바꿀 수 없고,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는 알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인 현재만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매 순간의 지금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지드는 <나는 오직 이것 아니면 저것만을 했다. 하지만 이것을 하고 있으면 저것이 아쉬워, 종종 아무것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애를 태워야만 했다. P80>고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의 순간의 선택들에 의해 걸어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걸어보지 못한 길에 미련을 가진다. 선택의 순간에 우왕좌왕 헤매거나 망설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놓칠 때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 자신의 두발이 딛고 있는 지상에서 생의 쾌락과 행복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


앙드레 지드는 아프리카의 알제리와 튀니지를 여행하다 결핵에 걸린다. 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1987년 지상의 양식을 출간한다. 생사의 기로에서 깨닫게 된 것들을 기록한 그의 비망록이며 동시에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탈주와 해방의 참고서>이다. 앙드레 지드는 책의 시작에 <그리고 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이 책을 던져 버려라 - 그리고 뛰쳐나가라. -중략-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일깨워 주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모든 도덕적 덕목들로부터 탈주하기를 간곡히 권한다.

새 양식은 지상의 양식 출간 후 38년 뒤 세상에 나온다. 지드는 나이를 먹으며 <이때부터 나는 갈증의 해소보다는 갈증 자체를, 쾌락보다는 쾌락의 약속을, 만족보다는 사랑의 끝없는 증대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 p279>고 한다. 새 양식의 주 내용을 <만남>이다. 자신이 살아오면 만남을 통해 접하게 된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관계 등에서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그 모든 것들! 그 대체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되찾을 수 없는 그 순간순간을 붙잡지 못했기에. 결정을, 노력을, 포옹을 나중으로 미루었기에······ 흐르는 시간은 명백히 흘러가 버렸다.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새 양식 P290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이었다. <삶을 떠나야 시점에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P290>로 시작하는 글은 더 고려 해 봐야 할 것 같아서, 때를 기다리느라, 게을러서 등 남아 있는 시간이 무한한 듯 여긴다. 하지만 모든 생에는 끝이 있다. 그 끝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것들, 소중한 사람들과의 순간들, 가고자 했던 곳, 보고자 했던 것, 하고자 했던 것 등 모든 것들에 대하여 후회한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기에 더욱 다가오는 문장이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 P216>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를, 지금을, 순간을 원하는 것들로 채워나가야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갖거나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른 것을 당장 해보자. 지나가면 후회할 것이다. 나는 일요일임에도 일하러 나간 신랑에게 전화를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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