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
노재승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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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들이 한자를 좋아해서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사준 적이 있었다. 한두 권씩 다 외우면 다음권을 사주었다. 아마 32번인가 33번까지 있을 것이다. 몇 권의 수학 만화도 있는 듯하다. 어려운 내용들을 만화로 보면 왠지 쉽게 익혀지는 것은 왜일까? 이미지로 기억되어서일까? 공부라고 여기지 않아서 부담이 없어서 일까?


고전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 <관동별곡>이다. 후렴구의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를 외우고 또 외우고 하였다. 그때는 왜 그리 그 부분이 안 외워졌는지... 국어 파트 중 유독 고전이 어려웠다. 이 시간만 되면 반 아이들은 다들 힘겨워하였다. 그러면 선생님이 요즘의 랩처럼 운을 붙여 불러주시곤 하였다.


박삼술 할아버지는 손녀와 할머니, 마을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도망가면서도 <찬기파랑가>를 중얼거리고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지는 상황에서도 <관동별곡>을 설명한다. 책을 보며 계속 큭큭큭 거리니 옆에서 신랑이 계속 돌아보곤 하였다.


좀비물, 강도물, 첩보물, 액션물 등이 두루 섞여 있는데 모든 장르가 박삼술 할아버지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부산행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공유보다 할아버지 얼굴이 먼저 생각날 듯하다. 구지가, 공무도하가, 서동요, 처용가 등 기억나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찬기파랑가, 제망매가, 탄로가, 고산구곡가 등은 전혀 처음 듣는 고전처럼 기억이 삭제가 된 것 같다.


시조의 구조, 운율, 의미 등은 현대에는 쓰이지 않아 이해가 어렵다. 그러한 것들을 박삼술 할아버지는 너무나 기억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중간중간 보충 설명으로 나오는 부연 설명은 내용에 대해 더욱 상세히 알려준다.


저자 <노재승 선생님>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선생님에게는 재미있는 내용인데 수업을 듣은 아이들의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고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전 운문은 배우기는 어렵지만 배우고 나면 그 안에 담긴 의미들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한동안 청산에 살어리 살어리랏다를 흥얼거린 적이 있다. <이러덩 뎌링공> 처럼 생소한 옛날 한글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열심히 외워었다.


그런데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청산별곡의 5연과 6연을 바꾸면 청산 부분과 바다 부분이 정확히 대칭이 된다는 것이나, 제망매가의 10구체에서 10은 10줄을 의미한다는 것이라던가 등등이 기억에 남았다. 책을 몇 번 읽고 나면 고전 운문은 확실히 알게 될 것 같다. 조카와 지인의 아이들이 둘 다 고등학교 2학년이다. 책을 선물해 줘야겠다. 저자가 이야기한 대로 수능을 목적으로 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고전에 대한 기초 편으로는 더할 나위 럾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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