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로부터 도망쳐 무진에 내려온 윤과 무진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인숙의 마음이 서로 교차하다 만난다. 윤은 서울의 회사에 문제가 생겨 무진으로 온 것 같은데 인숙은 왜 무진을 떠나고 싶어 할까?


성악을 전공한 인숙은 무진 중학교에서 음악선생님을 하고 있다. 가끔 세무서에 들러 직원들과 어울리며 그들이 노래를 요청하면 가요를 성악 스타일로 부른다. 세무서 서장 조한수는 인숙에게 추파 던지고 무진 중학교 국어교사 박 선생은 인숙을 사랑한다. 하지만 인숙은 두 사람 모두에게 관심이 없다.


인숙 - (명랑하게 꾸미며)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 테니 저를 서울로 데려가 주시겠어요?

윤 - 서울에 가고 싶단 말이지?

안개 P69


인숙의 방 벽에는 그녀의 사직이 가득 붙여져 있다. 사진 속의 인숙은 즐겁게 웃는 모습, 친구들과 어울려 익살을 부리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내가 대할 다닐 때를' 말할 때마다 하는 이유는 그 시절이 인숙에게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세무서에서 유행가를 부르고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치건덕거림을 당하는 현재의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해 경멸하는 것일까? 그래서 무신을 벗어나 가장 환하게 빛나던 시절이 있는 서울로 가고 싶은 것일까?


죽음으로부터의 도망, 병균으로부터의 도망, 그리고 또 ······ 도망 다녀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아십니까?

안개 P105


기준은 625사변에 의용군에 끌려갈까 어머니에 의해 동굴에 숨겨진다. 그리고 영장이 나와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도 어머니의 반대로 다시 동굴에 갇히게 된다. 그 후엔 폐병이 나서 근처 바닷가에 지내게 된다. 무언가로부터 숨고 도망 다니는 인생을 살아간다. 현재도 무진에 도망을 와 있다. 도망치는 곳은 항상 무진이다. 기준에게 무진은 도피처였을까?


안개는 이 세상에 한이 있어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다.

안개 P23


자신을 가장 잘 숨길 수 있는 무진으로 도망 온 기준과 가장 행복해서 잊지 못하여 집착하게 된 서울로 떠나고 싶은 인숙의 길 잃은 마음이 어느 순간 교차되어 만나며 공감한다. 기준은 무진의 안개에 자신을 감추고 싶고 인숙은 안개에 휘감긴 무진이 답답하다.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안개」는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자을 쓴 작가가 직접 각색을 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 김승옥을 감독 1편과 15편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각색 작품을 남기는 영화인으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제10회 동인문학상, 제1회 이상문학상 등을 받으며 작가로서도 인정을 받게 된다. 도시로 간 처녀와 안개로 김승옥 작가를 만났다. 「무진기행」이 김승옥 작가의 <23살 때 작품>이라니 그가 등단했을 당시 왜 문학계가 충격을 받았는지 알겠다.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인 안개를 읽었니 헤어질 결심과 무진기행도 읽어보아야겠다. 작가의 한 작품을 만나게 되면 연쇄반응으로 또 다른 작품을 읽게 되는 것은 책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안개에 감싸여 감춰진 무진이라는 바닷가 도시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들고 버스에 올라보시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