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는 쿠퍼가 모든 문제를 맞힌 차셰에게 수업 종이 울린 후까지 문제를 풀게 한 후 <미흡>을 주어 분노하였다. 차셰가 쿠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그가 사라지고 난 후 분노하는 게르버에게 쉰탈은 '수업 시간에 그랬어야지. 게르버!'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루프레히트와의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나오며 긍정적인 점수가 나오며 게르버는 기뻐한다.
이것이 게르버의 행동의 버튼이지 않았나 한다. 자신이 기뻐한 것을 쿠퍼의 제의를 덥석 수용하고 투항했다 생각한다. <11장 작은 말은 쓰러진다> 전체에 흐르는 게르버의 심리 상태에서 어쩌면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마지막 장은 충격적이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다.
<게르버>는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가 1930년 22살 때 발표했다. 프라하 출신으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게르버가 겪은 학업의 어려움, 교수와의 갈등, 우정과 사랑의 문제 등은 작가 자신이 프라하의 권위주의적 학교에서 겪은 경험이었다.
1930년의 프라하 학교와 2023년 대한민국의 학교의 모습은 데자뷰같다. 100여 년의 세월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등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아이들의 뉴스는 계속되고 있다. 작은 관심이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아이의 공부하는 등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고 '힘들지? 괜찮다.'라는 말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올해는 더 이상 이러한 소식이 뉴스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수능에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있는 수험생과 부모님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